그대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만
빛나는 이름
사람의 무리가
그대의 살을
할퀴고 꼬집고 짓누르고
팔매질을 해도
사람의 손만 낡아질 뿐
그대 이름자 하나
낡지 않음,
하고 우리들은 감탄한다
-김지향(62)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 중
수백, 수천만의 낱말을 쓰고 지워도 빈자리 없이 남는 것이 '사랑' 이다. 바닷물이듯 우주에 떠있는 별이듯 무한한 넓이와 길이를 좇아 시인들은 오늘도 떠도는 나그네가 된다. 그 사랑을 두고 바치는 온갖 아름다운 말들만큼이나 헐뜯기고, 피흘리고, 상처받는 사랑!
그러나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 사랑을, 언제나 새롭게 돋아나는 사랑을 김지향은 몹시 놀라워한다. 그리고 더 깊이 감싸안으면서.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