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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사랑, 그 낡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그대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만

빛나는 이름

사람의 무리가

그대의 살을

할퀴고 꼬집고 짓누르고

팔매질을 해도

사람의 손만 낡아질 뿐

그대 이름자 하나

낡지 않음,

하고 우리들은 감탄한다

-김지향(62)

'사랑, 그 낡지 않은 이름에게' 중

수백, 수천만의 낱말을 쓰고 지워도 빈자리 없이 남는 것이 '사랑' 이다. 바닷물이듯 우주에 떠있는 별이듯 무한한 넓이와 길이를 좇아 시인들은 오늘도 떠도는 나그네가 된다. 그 사랑을 두고 바치는 온갖 아름다운 말들만큼이나 헐뜯기고, 피흘리고, 상처받는 사랑!

그러나 결코 허물어지지 않는 사랑을, 언제나 새롭게 돋아나는 사랑을 김지향은 몹시 놀라워한다. 그리고 더 깊이 감싸안으면서.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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