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27-팻감이 되는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박영훈 9단 ● 왕야오 6단

제15보(208~227)=눈이 어지럽다. 중앙 대마의 패가 좌상 귀로 옮겨갔다. 패라는 게 원래 요망하고 정신 사나운 존재. 불리할 때는 여자 계시원의 초 읽는 소리가 저승사자의 속삭임처럼 끔찍해진다.

백의 입장에서 정리해 보면 대마든 귀든 어느 쪽이든 죽으면 끝이다. 다만 대마와 달리 귀는 자체 팻감이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박영훈 9단은 215로 패를 써 오자 216으로 귀를 해소했다. 괜히 왔다 갔다 한 것 같지만 귀의 뒷맛이 개운해진 효과가 작은 것은 아니다.

218의 패는 백이 아껴두었던 비상 식량이다. 패를 불청하면 ‘참고도’처럼 단순한 수순으로 큰 수가 나버린다. 이 일대의 팻감이 적지 않아 드디어 대마는 삶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흑도 아직 손도 대지 않고 있는 보고가 있다. 혹시라도 맛이 사라질까 봐 털끝도 건드리지 않고 있는 하변 말이다. 221(흑▲의 곳)에 마지막 팻감을 쓴 왕야오 6단은 드디어 그쪽으로 손을 돌렸다. 바로 227이다.

점입가경이다. 백에겐 아직 A, B 등의 팻감이 있지만 227이 만약 패가 된다면 줄줄이 패가 나오게 된다. 한데 227이 정말 패가 되는가. 검토실에선 ‘노’라는 대답이 터져 나온다(211·221-▲, 214-208, 220·226-△, 223-217).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