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당 선거사령탑 24시간 밀착 취재] 4.서영훈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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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의 역삼동 영상벤처센터.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영화배우 문성근씨와 유길촌 영화진흥위원장 등 30여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徐대표는 "문화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 고 약속했다.

선거 때면 생겨나는 이런 모임에 익숙한 문화계 인사들 앞에서 그는 "지난해 부부동반으로 영화를 일곱번 봤다. 임권택 감독의 '축제' 가 감명깊었다" 는 얘기를 시작으로 DJ정부의 문화사업 열정을 구수하게 전달하려 했다.

徐대표는 정치신인이다. 그러나 30여개의 시민단체에 간여했던 원로(80세) 시민운동가답게 선거현장에서 자신의 독특한 역할 공간을 갖고 있다.

바로 투톱시스템인 선거사령탑의 한쪽을 맡고 있다.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격전의 냄새가 물씬한 현장을 맡고 있고, 그는 직능사회단체.종교계쪽의 표몰이에 나선다.

◇ 80세 선거사령탑〓 '총선 D-9 판세분석표' .

이날 아침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 지원현장에 가는 徐대표가 먼저 펼쳐본 보고서다. 2백27개 지역구가 a~f로 분류돼 있다.

"민주당 후보가 우세한 a.b지역은 75곳 안팎, 경합지역인 c.d는 40여곳. " 주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의 徐대표지만 이때 만큼은 긴박한 표정으로 바뀐다.

그런 표정이 바로 연설회장에 옮겨진다. 徐대표는 고양 일산을 정당연설회에서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치.경제의 혼란이 온다" 고 역설했다.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병역.납세 등 후보신상이 공개된 뒤 수도권에서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는 보고를 받은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담겨있었다.

그는 차 안에서 틈나는대로 386후보들에게 전화를 건다고 한다. "좀 더 힘을 내라" 고 격려한다. 취약지 후보들의 SOS요청도 끊이지 않는다. "자금이 너무 쪼들린다" 는 호소가 대부분이다.

◇ 원로 정치신인의 적응력〓선거일이 닥치면서 徐대표의 목소리와 동작도 직설적이고 거칠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하순 대표취임 때 "정치란 큰 제사를 지내듯 신중하게 해야 한다" 고 공자(孔子)말씀을 인용했던 것과 격세지감이 있다.

徐대표는 "나라망친 한나라당을 심판해달라" (3월 29일) "중환자를 치료해 놓으니 치료비를 내놓으라고 한다" (3월 30일) "대통령 하야론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망언" (4월 3일)이라며 이회창 총재에 대한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민운동 시절 강론식으로 점잖게 연설했던 방식도 바뀌었다. 오른손을 불끈 치켜들며 '안정이냐, 혼란이냐' 고 외친 뒤 "여러분은 무엇을 원하느냐" 고 묻는다.

당 관계자는 "徐대표가 현실정치인으로 신속하게 바뀌고 있다" 고 전했다. 해방 후 월남(평남 덕천.26세)한 그는 이범석 장군의 족청(族靑)에서 청년운동에 몸담은 뒤 현실정치의 외곽에 있었던 오랜 경험을 쏟아넣고 있다고 한다.

그가 안타깝게 여기는 대목은 역시 영남쪽의 반 DJ정서. '이인제 거부현상' 이 있는 부산.경남쪽 지원도 徐대표의 몫이다. 그는 "여당의원이 너무 없으면 지역발전은 힘들다. 대선이 아닌 데 지역의 인물을 뽑아야 한다" 고 부탁한다.

◇ 건강비결〓徐대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0분단위로 짜여진 스케줄을 소화한다. 새벽 5시30분쯤 일어나면 일종의 기공체조인 굴신(屈身)운동을 10여분간 한다.

다석 유영모(柳永模)선생에게 배운 도인법(導引法)과 발바닥 때리기는 혈압을 낮춰준다고 徐대표는 설명했다. 徐대표는 "무언가에 집착하면 불안해지고 화내고 싸우게 된다" 며 "마음을 비워야 건강할 수 있다. 선거승리도 마찬가지" 라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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