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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火] 입맛 '날것'으로 바꾸면 혈당 확 낮추는데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헬스코치아직은 비만이라고 할것까지는 없는 다소 통통한 체형에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30대후반의 주부 박 미식(가명)씨가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진료실을 들어섰다. 그녀는 건강검진 결과지의 혈당란을 가리켰는데 공복혈당 109mg/dL로 당뇨 전단계 판정이었다. 친정 어머니와 첫째 언니가 당뇨인지라 그녀는 당뇨가 자기에게 닥쳐올 운명이나 되는양 불안한듯 체념한 눈치였다.

우리 센터에서 진행한 몇가지 검사결과에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진전하고 있는 징조가 포착되었다. 인슐린저항성을 체크하는 호르몬 검사나 인슐린 검사 등에서 그녀는 정상인에 비해 다소 불리한 결과를 보였다. 원인분석에 들어갔다. 그녀의 영양평가결과에서 그녀에게 어김없이 도래한 당뇨 전단계의 비밀이 밝혀졌다.

탄수화물 섭취비율이 75%까지 증가되어 있었다. 보통은 60~65%정도를 정상으로 본다. 그녀는 전형적으로 흰밥을 먹어야 힘을 낸다고 믿는 ‘밥힘주의자’ 였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그녀가 즐겨먹는 탄수화물의 종류였는데 백발백중 혈당지수(Glycemic index)가 높은 음식들이다.

혈당지수는 일정한 양의 테스트용 탄수화물을 섭취한 후의 혈당 상승 정도를 같은 양의 표준 탄수화물 식품을 섭취 후의 혈당 상승 정도와 비교한 값을 말하며, 이에 따라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게 되면 똑같은 양을 먹더라도 혈당을 더 올리게 되고 인슐린을 더 많이 동원한다. 그녀가 한결같이 즐겨먹는 음식은 흰밥(92), 초콜렛(90), 떡(85), 우동(85), 라면(73) 등 전형적인 고혈당지수 음식들이었다.

그녀의 고혈당지수는 세 가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첫째 당뇨가능성을 높였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우리 몸의 인슐린들은 조기에 소모되게 되며 당뇨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힌다.

둘째 비만을 일으켰다. 그녀가 먹는 고혈당지수 음식들은 과식을 일상적으로 부추기고 있었다. 그녀도 최근 2년간 야금야금 5kg의 체중이 늘어난 터라 체중감량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음식들앞에만 서면 왠지 멈추기가 힘들다고 호소하였다. 미국 보스톤 아동병원의 데이비드 루드비히 박사가 '비만(Obesity)'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체내에서 흡수되는 속도가 빠른 혈당지수가 높은 먹이를 주고 또 다른 그룹에는 혈당지수가 낮은 먹이를 준 결과 6개월 후 혈당지수가 높은 먹이를 먹은 그룹이 간, 혈액, 체내지방이 정상수치의 2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셋째, 지방간이란 반갑지 않은 손님을 초대하였다. 그녀가 센터에서 시행한 복부초음파에서 지방간이 발견되었는데 그 이유 역시 고혈당지수 음식의 과도한 섭취로 보인다.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당분이 녹을 때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며 인슐린이 증가하면 체내에는 지방을 저장하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은 인슐린을 곧바로 간에 보내기 때문에 간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저장된다.

그렇다면 고혈당지수 음식들이 건강 악순환에 일조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서 출발할까? 그것은 고혈당지수 음식들이 진화를 거듭한 사람들의 입맛을 잘 아는 음식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대체로 가공한 식품들은 혈당지수가 높고 통밀빵, 콩, 채소, 과일, 견과류, 낙농 식품 등의 가공하지 않은 식품들은 혈당지수가 낮다. 현대인들이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가 맛 때문이다. 맛을 내기 위해서 음식들은 대체적으로 많은 가공과정을 거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첨가물들이 추가된다.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고객들을 확보한 고혈당지수 음식들은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더욱더 다양한 가공과 향미제, 색소제 첨가라는 꽃놀이패를 버릴수 없게 된다.

박씨의 식단 개조전략에 들어갔다.

매일 먹던 흰밥에서 하루는 현미식, 하루는 잡곡과 콩을 섞은 밥으로 바꾸었으며 그녀가 절대로 포기할수 없었던 국수 역시 정제되지 않은 곡류를 원재료로 한 국수로 변경하였다. 그 외 채소, 견과류, 키위, 레몬, 고구마, 두부, 다시마, 미역, 시금치 등으로 식단을 구성하도록 하였다. 처음 이 처방이 내려졌을 때 그녀는 약간의 혼란을 호소하였지만 그녀에게 숙지시킨 원칙은 간단하였다.

대체로 가공정도가 덜 된 음식을 택하고 고도로 가공된 음식은 피하라는 것이었다. 가령 같은 쌀을 먹더라도 백미보다 도정이 덜 된 현미를 먹고 고구마 케익 대신 생고구마를 직접 찌워 먹는 식이었다. 그녀가 습관적으로 편의점에서 집어들던 과일쥬스대신 직접 생과일을 갈아서 먹든지 아니면 과일 통째로 먹도록 하였다.

그녀가 인스턴트 식품이나 정제된 식품에 들인 입맛을 바꾸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한 두달이 지나자, 오히려 지나치게 달거나 가공이 많이 된 식품을 집어들기가 꺼려질 정도로 그녀의 입맛은 바뀌었다.

입맛이 바뀌자 몸도 부응하였다. 3개월 후 혈액 검사에서 공복 혈당은 90mg/dL이하로 떨어졌으며 인슐린저항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HOMA-당뇨를 예방하려면 덜 가공된 음식을 먹어라 R도 2.4에서 1.5로 떨어졌다. 물론 2년간 늘었던 체중 5kg도 원상 회복되었다.

당뇨를 예방하려면 덜 가공된 음식을 먹어라. 자연으로 돌아갈수록 건강하다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던져진 또하나의 ‘9988234’ 시크릿이다.

유태우의 신건강인센터 박민수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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