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테러 협박 편지엔 염산 외에도 여러 방식 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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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30일에는 박근혜(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염산 테러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편지까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박 전 대표 측이 직접 신고를 해왔으며, 사건은 서울 종로경찰서에 배당돼 비공개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수사를 벌이고 있는 종로서 측은 편지 속에 “왜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느냐. 시대적 흐름을 감안하면 세종시 수정이 불가피하다.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염산을 얼굴에 부어버리겠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범인이 염산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박 전 대표에게 위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했으나 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사 결과 발신인 주소지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사건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편지 내용을 보고받은 뒤 측근들에게 조용히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협박 내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실제로 전에 테러를 당한 경험이 있다. 2006년 5월 20일 서울 신촌에서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하던 중 테러범 지충호씨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쪽 턱 주위가 11㎝나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번 편지가 간단치 않은 이유다.

범인은 편지에 “나를 정신이상자로 여기고 경고를 우습게 여기지 말라”고 적었다고 한다. 특히 범인이 정치권의 최대 쟁점인 세종시 문제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협박 편지를 보냈는지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인생은 테니스”=박 전 대표는 지난달 29일 충북 옥천에서 ‘고 육영수 여사 탄신 숭모제’를 마친 후 의원 10여 명과 오찬을 하면서 자신이 즐기는 테니스에서 얻은 인생의 교훈을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테니스를 잘하려면 그때그때 편하게 하면 안 되고, 꾸준히 기본기를 갖춰야 하며 손목으로만 치는 게 아니라 온 몸으로 쳐야 한다”며 “삶도 결국 테니스와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또 “미리 공이 날아갈 곳을 쳐다보면 안 되고, 끝까지 공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며 “살아가면서도 어떤 일을 할 때 끝까지 쫓아가야지 중간에 다른 곳을 쳐다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직접 정치 얘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기본과 원칙을 거론하는 모습이 마치 정치철학을 피력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헝가리 대통령 국빈만찬에 참석, 이 대통령과 만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외교 의전 관례상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국내 현안에 관한 대화가 오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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