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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국민이 불편 참아줘야 철도개혁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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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철도노조 파업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국민의 불편과 물류 차질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철도인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이헌석(사진) 전 서울산업대 철도전문대학원장은 30일 “국민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하지만 국민이 불편을 참아줘야 철도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도 노조와 타협하면 철도 개혁은 물 건너 간다”며 “정부가 나서 국민에게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고 불편을 참아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원장은 국토해양부 수송정책실장, 철도연구원장, 철도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하며 파업 등 철도의 숱한 현장을 지켜봤다. 현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을 맡고 있다.

-철도 개혁이 왜 중요한가.

“철도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 지금은 노조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정부는 1996년 철도청의 민영화를, 2002년엔 공사화를 추진했지만 노조 저항을 넘지 못하고 백지화했다. 결국 2005년에야 운영과 시설을 분리하면서 공사화했다. 이번엔 방만한 경영개선을 위해 선진화를 추진하자 노조는 또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공사가 단협을 해지해 파업했다고 주장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비상식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 단협은 노사의 합작품이다. 청장이나 사장들은 자기 임기 중에만 아무 일 없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노조 요구를 들어줬다. 노조가 파업과 태업을 일삼으며 경영진을 위협해 받아낸 것들의 집합체가 지금의 단협이다.”

-단협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공사의 적자를 해소하고 방만경영을 탈피하려면 임금 몇 푼 깎는 것 갖고는 안 된다. 지금 단협으로는 임금을 깎을 수도, 인원을 줄일 수도 없다. 모두 노사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말이 되는가. 단협을 해지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철도노조 파업이 닷새째 이어진 30일 오후 수도권 물류 기지인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 멈춰선 화물열차 대신 트럭이 컨테이너를 싣고 있다.[의왕=뉴시스]


-노조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한다.

“새로 부임하는 청장이나 사장들은 자기 임기 전 해고된 사람들을 무원칙하게 복직시켰다. 결과는 그 사람들이 노조 집행부에 들어가 불법투쟁을 주도하게 됐다. 한 번 법과 원칙이 무너지니 파업 후 해고돼도 당연히 복직될 거라 믿는다. 불법 행위자에 대한 정당한 해고라는 법원 판결까지 났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해고자 복직은 안 된다. 법과 원칙의 문제다.”

-파업으로 승객 불편과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열차를 며칠 세우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에 굴복하면 안 된다. 정부가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국민에게 철도 개혁 필요성을 잘 설명하고 불편을 참아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출퇴근이 어려운데 국민이 무조건 참을 수 있겠나.

“영국의 경우 1990년대 후반 청소원들이 파업을 했다. 런던 시내에 쓰레기가 널려 있고 악취가 진동을 해도 시민들이 참았다. 사회 통념을 넘는 임금인상과 근로조건을 주장하는 노조에 시민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노조가 무려 6개월을 끌었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영국병을 고칠 수 있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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