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괴질 '구제역' 판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가축에 치명적 질병인 '구제역(口蹄疫)' 이 국내에서 해방 이후 처음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내산 돼지고기.쇠고기의 수출이 어려워지는 등 축산농가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김옥경(金玉經)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0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수포성 질환(擬似 구제역)에 대한 바이러스 분리실험 결과 '구제역' 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인 구제역은 국내에서는 1934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 발생했다.

검역원은 검사 결과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중국.대만지역에 많은 'O형' 으로 판정된 점을 들어 이 지역에서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충남 홍성과 파주의 제2장소에서도 의사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전국에서 가축방역을 강화하는 한편 발생경로 추적에 들어갔다.

농림부는 2일 충남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의 농가 2곳에서 사육 중인 한우 58마리 중 13마리에서 유두 부위에 물집이 생기는 등 구제역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검사 결과 의사 구제역으로 판정됐다고 발표했다.

농림부는 파주 괴질이 구제역으로 판명됨에 따라 이 역시 구제역일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보고 인근 농장의 미감염 가축 80마리를 강제도축.매립처리하는 한편 반경 20㎞ 이내에 외부인 출입 통제와 가축이동을 제한하는 등 긴급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또한 첫 의사 구제역이 발생한 파주시 파평면 금파1리에서 5㎞ 떨어진 법원읍 금곡2리 金모씨 한우농장의 소 5마리에서도 2일 입가에 물집이 발견됐다.

검역원 관계자는 "홍성에서도 파주와 비슷한 시기에 구제역 증상이 발생했으나 피해농장에서 자체적으로 항생.해열제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신고가 늦어져 1일 확인 결과 의사 구제역으로 잠정 판단됐다" 고 설명했다.

행정자치부는 이와 관련, 홍성지역에도 특별교부금 5억원을 긴급 지원, 농가피해 보상에 나서는 한편 축산경영자금.축산발전기금으로 지원된 자금의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등 재해지역에 준하는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축협중앙회도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27만 축산농가에 1만여t의 생석회와 소독제를 긴급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강 이북에서만 나타난 구제역이 한강 이남에서도 발생함에 따라 이미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축산물 수출이 제한됨에 따라 축산파동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편 농림부는 구제역이 가축질병에 국한될 뿐 인체에는 해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