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주교동 '나비공간'… 사육장 갖춘 카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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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39번 국도를 타고 통일로와 만나는 네거리에서 고양시청쪽으로 가다보면 이른바 '낙타고개' 중간 왼쪽에 25평 비닐하우스와 붉은 벽돌로 지은 2층 건물이 나타난다.

간판에 쓰인 이름은 '나비 공간(0344-968-0742)' . 살아 있는 나비 수백마리와 나비표본 수천점이 있는 곳이다.

나비에 푹 빠진 정영운(44)씨가 다른 사람들도 나비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 1999년 2월 문을 열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가니 처음 눈에 띄는 것은 팬지꽃 몇송이와 진달래.산초나무 몇 그루뿐이었다.

그러나 정씨가 나무 한그루를 흔들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날개를 쉬고 있던 호랑나비.배추흰나비 수백마리가 일제히 날아오른다. 이 비닐하우스가 바로 정씨의 나비 사육장중 하나다.

아무나 이곳에서 수백마리 나비의 군무(群舞)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입장 조건이 까다롭지는 않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의 손님이 되어 정씨에게 들어가보자고 부탁만 하면 된다.

그의 카페는 비닐하우스 옆의 벽돌 건물이다. 카페 안은 온통 나비 표본이 전시돼 있다.

액자 안에 나비 몇마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보통 표본도 있고 시계의 12개 숫자 위치에 숫자 대신 나비 표본이 달린 희한한 전시품도 있다.

표본이나 시계는 정씨가 직접 부품과 나무 틀 등을 구해 만든 것.

카페에 붙은 작은 건물은 순수한 표본 전시장.

역시 카페 손님에게 무료 개방하는 곳으로 25평 크기에 참새보다 큰 금비단제비나비, 날개 무늬가 꼭 부엉이 얼굴같은 부엉이나비, 영화 빠삐용에 나오는 몰포나비 등 희귀종이 2천여점 전시돼 있다.

정씨는 고교때 특별활동으로 곤충채집을 하며 나비에 매료됐다. 대학시절이나 졸업후 무역회사에 다니면서도 전국을 누비며 나비를 채집했다.

"산을 헤매다 간첩으로 오인돼 경찰에서 조사도 받았죠."

87년부터는 채집하며 알게 된 나비의 습성과 먹이 등을 밑천으로 아예 나비를 키웠다. 94년부터는 회사를 그만두고 나비에만 매달려 지냈다.

"어느날 문득 '나혼자만 볼게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해서 '나비공간' 은 지난해초 문을 열었다.

정씨는 '나비공간' 말고 근처 주교동 산 중턱에 1천평 규모의 커다란 나비 사육장도 마련해 놓고 있다.

이곳에서 나비를 길러 이달 말 고양시 세계 꽃박람회 개막식에 1만마리를 풀어 놓을 예정이다.

삶의 시간과 공간을 나비로 가득 채운 정씨. 그는 지금 또다른 소망이 있다. 채집해 놓고 전시 못한 나비가 많아 5백평쯤 되는 전시공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글〓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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