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유리한 자의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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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본선 16강전>
○ 박영훈 9단 ● 왕야오 6단

제14보(186~205)=전보 마지막 수인 흑▲는 상당한 손해패다. 이런 손해패는 마지못해 쓰는 것, 유리할 때는 금물이다. 왕야오 6단은 왜 이런 모험(?)을 하는 것일까. 자신이 없어서다. 좋은 건 분명하고 ‘이기는 코스’는 많아 보이는데 그중 어느 길이 최선인지 자신이 없어 순간적으로 갈팡질팡한 것이다. 게다가 대어를 낚는다는 흥분이 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승리가 코앞에 있다 해도 그 열매를 따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197로 패를 쓰자 박영훈 9단은 불청하고 198로 살아버렸다. 드디어 대마는 살았다. 그러나 왕야오가 199로 출구를 막자 결국 205까지 또다시 패가 났다. 대마 패가 귀의 사활로 옮겨졌을 뿐 변한 게 없다. 한데 흑엔 패 없이 그냥 잡는 수가 없었을까.

그게 ‘참고도1’ 흑1인데 백2로 두는 것은 흑3으로 죽는다. 따라서 ‘참고도2’ 백2 자리가 사활의 급소인데 흑3 때 4로 이었다가는 역시 유가무가로 백 사망이다. ‘참고도3’ 백4로 먼저 젖히는 수가 있다. 흑5로 받으면 이번엔 수상전에서 백승. 이 외에도 복잡한 수읽기가 숨어있는 곳인데 왕야오는 강수에 자신이 없어 패로 만족했다(190·193·196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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