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자전거 경찰대 시민사랑 '듬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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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모자에서부터 유니폼.장갑.군화까지 모두 검은색 차림에 허리엔 권총과 곤봉.수갑.무전기 등으로 무장한 모양새만 본다면 영락없는 경찰특공대다. 하지만 이들은 푸조 순찰차 대신 푸조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비는 '자전거 경찰대' 다.

자전거로 파리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시민들과 만나는 경찰관들이 파리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얻고 있다. 자전거 경찰대는 지난해 6월 파리 북부의 위성도시 센생드니에서 첫 선을 보였다.

1개팀은 간부 1명, 경관 5명, 보조요원 6명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하루 평균 30㎞씩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담당구역을 순찰하는 만큼 체력이 요구되고 그래서 자원자에 한하고 있다. 연령도 30세까지로 제한된다.

프랑스 국민들이 환호하는 건 '몸으로 때우는' 자전거 경찰대를 창설한 프랑스 경찰의 섬세함이다. 좁은 뒷골목이나 공공건물 구내.공원. 각급 학교건물 등 순찰차나 오토바이는 갈 수 없는 곳까지 자전거를 탄 경찰관들이 구석구석 찾아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센생드니의 뤼시앙 페레 경찰서장은 "정작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공원.골목길 등에는 순찰차의 접근이 어려워 치안 확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 지적했다.

간간이 강력범을 검거하는 공을 세우기도 하지만 이들의 주요 임무는 예방이다. 청소년 범죄.좀도둑.야간 소란행위 등 경범 사항을 단속하는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뒤늦게 부랴부랴 출동하는게 아니라 평소 시민들의 삶 속에 섞이고 녹아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생제르베 지역의 자전거 경찰대를 지휘하는 여성 간부 카롤린(29)은 "고압적인 사이렌 소리가 아니라 친숙한 자전거를 탄 경찰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때문에 시민들이 편안해하는 것 같다" 고 즐거워했다. 발족 당시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던 비아냥도 이젠 쏙 들어갔다. 프레생제르베 지역의 발생범죄가 지난해 1월 84건에서 올 1월 58건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전거 경찰대는 소규모 팀제로 운영돼 위계질서가 강한 기존 경찰조직에 비해 임무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고무된 프랑스 경찰은 지방 소도시들에도 자전거 경찰대의 창설을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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