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비싸도 신약 쓰겠다” 고집 피우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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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Q 신약이 최선의 첨단 치료제다?

A 매스컴을 통해 신약 출시 사실을 알게 된 환자 중엔 값비싼 신약 치료를 고집하는 환자가 있다. 최첨단 치료제란 믿음에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신약 효과가 기존의 약보다 반드시 뛰어난 건 아니다. 신약은 기존의 약에 효험을 못 본 환자가 꼭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면 되는 약이다.

그렇다면 신약은 기존 약보다 왜 훨씬 비쌀까?

우선 신약 개발을 위해선 10~12년간의 연구 기간과 5000억원 정도의 막대한 개발 비용이 투입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신약이 출시돼도 개발 회사는 특허기간 동안에만 독점적 판매권을 가진다. 따라서 일단 출시된 신약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개발비용을 회수하고 이윤까지 남기려고 하다보니 초기에는 고가의 약값이 책정된다. 출시 기간이 짧을수록 가격은 비싸기 마련인 셈이다.

물론 신약중엔 속수무책이던 병을 개선시키는 약도 있고 기존의 약에 있던 부작용·복용상 불편한 점 등을 개선시킨 약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신약이 기존의 약보다 반드시 우월한 약효를 갖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약을 사용하더라도 약효와 부작용은 환자에 따라 천차 만별로 달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동일한 진단명에 대해 동일한 치료가 적용된다면, 일단 정확한 진단이 내려진 후엔 굳이 전문가의 진료를 받을 필요 없이 약만 복용하면 된다.)

따라서 기존의 약을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본 환자라면 굳이 신약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실제 안전성 측면에서는 신약보다는 기존의 약이 낫다. 기존의 약은 수십년간 전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사용해 오면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과학적인 결과가 확인된 약이기 때문이다.

신약은 전문의가 특정 환자의 특정 질병 치료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이 내려졌을 때 사용하면 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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