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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명품? 난 빌려서 폼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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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중고 명품 전문점인 ‘럭셔리나인’의 서울 압구정 본점에서 지난 12일 본지 주부통신원 임정옥씨가 대여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최승식 기자

#1. 지난 11일 넷째 딸 결혼식 때 처음으로 한복을 빌려입은 주부 권후순(67.충북 청원군)씨는 "또 새로 해 입었느냐"는 하객들의 반응에 만족했다. 딸들이 처음 권했을 때만 해도 "그래도 딸 결혼식에 입을 건데 빌린다니 웬 말이냐"며 펄펄 뛰었던 그는 다양한 색상.디자인.치수의 대여품을 직접 둘러보고 마음을 바꿨다. 한복도 유행이 있는 데다 매년 몸무게가 늘어 딸들이 결혼할 때마다 새로 한복을 맞추고는 아깝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나흘간의 대여료는 2만5000원. 불황기에 가을철 세일 등이 겹쳐 평소의 반값에 빌린 것이다.

#2. 서울 강남 신사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주부 장모씨는 각종 모임과 결혼식 패션에 무척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가방이나 시계 등의 소품을 고급스럽게 옷 스타일에 맞추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다 얼마 전 인근 명품대여점을 알게 되면서 단골이 됐다. 샤넬이나 루이뷔통 가방도 하루에 2만원이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첩장이 쌓이는 계절, 추석까지 낀 가을이면 주부들은 '특별한 외출'차림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연말로 갈수록 늘어나는 각종 부부동반 행사도 스트레스를 쌓이게 한다. 불황기까지 겹쳐 한복 및 명품 대여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꼼꼼하게 살펴 이용하면 장점이 많다.

◆ 유행에 맞는 화사한 한복으로=1998년 서울 이화여대 앞 '황금바늘'이 문을 열며 처음 등장한 한복대여점은 외환위기를 타고 시장이 급성장했다.

특히 요즘엔 몇년 전에 산 한복도 초라해 보일 만큼 갈수록 화사해지는 추세여서 1년에 한두번 있는 행사 때는 빌려입는 가정이 늘고 있다.

'황금바늘'이나 '한복이야기' 등은 50만원대 이상의 실크 소재 한복을 10만원대에 빌려준다. '아름방'과 '이하은 한복' 등은 화학섬유 소재의 중저가 한복을 3만~8만원에 대여한다. '황금바늘'의 길기태 대표는 "온라인을 통해 대여 가능한 곳도 많지만 본인의 사이즈를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오면 얼굴형이나 피부색 등에 대한 상담까지 받고 빌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여기간은 대부분 2박3일. 하루 늘어날 때마다 10%의 가산금을 받는다. 장신구를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 세탁은 대개 업체에서 책임진다. 실크 등 고급제품은 땀얼룩까지 조심해야 하지만 중저가 한복의 경우엔 약간 찢어져도 수선비를 따로 받지 않는 곳도 있다.

◆ 소품일수록 고급스럽게=서울 압구정동 주변엔 최근 가방이나 시계.선글라스 등을 빌릴 수 있는 중고 명품 대여점이 40여곳이나 들어섰다. 선발주자인'럭셔리나인'의 경우 주말과 연말연시엔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제때 빌리기도 어려울 정도다.'두리스닷컴' 등 온라인 전문 업체도 생겼다. 대개 제품 가격 30% 이상의 예치금과 하루 1만~3만원의 대여료를 낸다. 신용카드는 사절. 반환 즉시 예치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현금으로 받는다. 최장 1개월까지 대여 가능하고, 빌릴 때에는 신분 확인이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30대 이상의 주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명품 중에서도 가격이 비싼 루이뷔통의 모노그램 핸드백과 샤넬 핸드백, 카르티에 시계 등. 지방 고객에겐 택배로 물건을 보내주기도 한다. 빌릴 때 제품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엉뚱하게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만, 대여 중 약간의 흠집이 생긴 정도는 대부분 용인해 준다.

김정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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