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영화 '감각의 제국' 4월 1일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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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936년 5월18일. 일본 도쿄에 있는 요정 '마사키' 에서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목이 졸린 채 숨진 남자는 성기가 잘린 상태였으며 이불과 시체에는 '사다와 기치, 둘이서 영원히' 라는 문구가 붉은 피로 씌어 있었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인근 지역에 있던 요정 '요시다야' 의 주인인 이시다 기치조, 가해자는 '요시다야' 요정의 전 종업원이었던 아베 사다로 밝혀졌다.

석달간 밀애를 나누던 두 사람은 남의 눈을 피해 4월23일 요정 '마사키' 로 옮겨온 뒤 두문불출하고 애욕의 생활에만 빠져 있었다는 것. 아베 사다는 이시다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를 영원히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 목을 조르고 성기를 잘랐다고 진술했다.

당시 일본 열도를 강타한 이 사건은 전쟁에 지쳐있던 일본인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세상의 속박을 벗어던지고 둘 만의 낙원으로 빠져든 이들에게 동정어린 여론이 일었고 그 결과 아베 사다는 징역 6년의 가벼운 형을 살았다.

40년이 지난 76년 5월. 프랑스 칸영화제 시사회장은 3천명이 넘는 관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아베 사다' 사건을 다룬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 을 보기 위해서였다.

포르노 뺨치는 남녀 주연배우(후지 다쓰야.마쓰다 에이코)의 실제 정사장면, 일본 군국주의를 비판하는 태도 등으로 자국에서 상영을 금지당한 이 작품을 칸 영화제는 공식 초청함으로써 열광적인 호응을 표했다.

그러나 프랑스를 제외하면 성적 표현에 관대하다는 미국.영국.이탈리아 등에서도 검열의 칼날이 가해졌다.

일본에서도 7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겨우 개봉할 수 있었다.

이번 한국에서 개봉하는 작품은 원판에서 약15분이 잘려 나간데다 정사 장면등에 모자이크 처리까지 돼 있어 '완전판' 이라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청춘잔혹이야기' '교수형' 등으로 60년대 일본 영화의 새 물결을 일으켰던 오시마 감독의 영상미와 반골정신의 편린은 확인할 수 있다.

내달1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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