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의 계절, 팀에 야구 철학을 심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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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호 16면

스탠드에 조명이 꺼진 대신 방 안 난로에 불을 지피는 시기다. 그렇게 또 다른 불이 켜지고, 경기는 멈췄지만 경기를 위한 준비는 계속된다. 그래서 이 기간을 ‘스토브리그’라고 부른다.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도 모두 2010시즌을 위한 스토브리그가 한창이다.같은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지만, 구단들마다 상황이 다르고 내년 시즌에 대한 저마다의 목표가 다르다.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37>

그래서 준비의 스타일이 다르다. 그 준비 가운데 최근에 많이 쓰는 용어가 있다. ‘리빌딩(rebuilding)’이다. ‘리빌딩’은 사전적 의미로 따지면 ‘있던 건물을 무시하고 새롭게 짓는다’는 말. 결국 ‘다시 만든다’는 의미다. 팀으로 따지면 선수단 세대교체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팀을 만들기 위해 기초공사부터 다시 하는 ‘전면 개조’의 의미가 강하다.

현재 ‘리빌딩’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팀은 한화다. 한화는 올해 최하위라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의 기둥 김태균·이범호가 나란히 일본으로 진출, 포지션 플레이어의 주축이 바뀌고 ▶‘믿음의 야구’ ‘위대한 도전’ 등 카리스마로 팀을 이끌어왔던 김인식 감독이 물러난 데다 ▶둘이 합해 371승(210+161)을 거둔 송진우·정민철-당분간 한 팀에서 통산 최다승 1, 2위를 합쳐 370이 넘는 숫자는 나오기 힘들다-이 동반 은퇴한 마운드 역시 ‘싹’ 바뀐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게 바뀌는 상황, 팀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여시’ 김재박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도 3년 동안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한 LG도 리빌딩을 거론할 만하다. 선수들의 기량만이 아니라 ‘체질’을 바꾸고 싶을 거다. LG는 그래서 신임 박종훈 감독에게 5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

나머지 팀들은 다르다. 2004년 선동열 감독으로서는 부임 이후 처음, 팀 전체로는 1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삼성도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쓰고는 있지만,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은 이미 세대교체를 이뤘고 선동열 감독과 연장계약을 했다. 또 최근 3년간 절대 강자로 이미지를 굳힌 SK, 그 SK와 패권을 다퉈온 가을의 단골손님 두산은 ‘리빌딩’과는 상관이 없는 팀이다. 올해 우승을 차지한 KIA 역시 ‘다시 만든다’고 하면 “뭘?” 하고 되묻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로이스터의 롯데도, 김시진 감독 부임 이후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히어로즈도 ‘리빌딩’의 뉘앙스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은 전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거나 나가기 시작한 팀들이다.

그렇다면 한화·LG가 나머지 여섯 팀에 비해 필요한 건 뭔가. 그들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전략이기도 하지만 ‘철학’이라고 본다. 한대화 감독이, 박종훈 감독이 새롭게 팀을 맡아서 새로운 선수들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선보일 거라는 건 자명하다. 그러나 그 전략에, 뚜렷하고 소신 있는 철학이 담겨 있지 않다면 곤란하다. 리빌딩은 단기전이 아니지만 분명한 철학이 담긴다면 속전속결일 수 있다. 최근 3년간 가장 성공한 팀 SK와 두산이 그걸 보여주었다. 김성근 감독, 김경문 감독에게는 분명한 철학이 있었고 그 철학을 일관성 있게 추구했다. 그래서 그들은 빠른 시간에 새롭고 강하면서 분명한 색깔을 지닌 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로잡습니다 제작상의 실수로 지난주 ‘이태일의 인사이드피치플러스’의 연재번호가 잘못 게재되었습니다. 지난주에 <137>로 게재됐으나 <136>이었습니다. 이번 주 연재번호가 <137>입니다.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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