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166. "경기보다 빛나는 스타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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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서는 오는 25일 방송하는 '허슬'이라는 영화 예고편이 자주 나온다. '허슬'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낸 위대한 타자 피트 로즈(63)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로즈는 1963년 신인 때부터 사소한 플레이 하나에도 혼신의 정열을 다하는 허슬 플레이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명예의 전당 투수 화이티 포드가 '찰리 허슬'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3년 동안 허슬 플레이의 대명사였던 로즈는 84년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겼던 타이 콥의 4191안타를 넘어섰다. 그리고 86년 메이저리그 최다안타(4256개)의 훈장을 달고 명예롭게 은퇴했다.

로즈는 85년 선수 겸 감독을 시작으로 88년까지 신시내티 레즈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지도자로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전설적인 타격 기록에다 허슬의 대명사, 그리고 홈팬(그는 신시내티에서 태어나 신시내티에서 데뷔했고, 전성기를 보냈다)의 인기를 업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해 야구의 전설로 남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듬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즈가 내기를 걸고 경기를 치른 사실을 적발했다(이 대목에서 한국 프로야구도 '야구토토'와 관련해 현역 감독이나 코치.선수들에 대한 엄격한 주의 환기의 필요성을 느낀다).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바트 지아마티는 로즈에게 '영구 추방'이라는 엄격한 벌을 내렸다. 그가 최다안타 기록보유자라는 것도, 역사에 길이 남을 야구의 영웅이라는 것도 정상 참작의 요건이 되지 못했다. 이후 로즈는 꾸준히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려 했지만 아직도 야구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지아마티는 당시 역사에 길이 남은 무거운 벌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No individual is superior to the game.(어느 누구도 경기보다 우월할 수 없다)"

읽어보고, 씹어보고, 외워두고, 일기장에 적어 놓을 말이다. 경기의 존엄성. 이는 동네야구에서 올림픽까지 스포츠가 갖는 절대 선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이제껏 선수 개인을 보호하는 데 지나치게 관대했다. 그리고 승부의 결과가 주는 짜릿함을 좇는 데 주력했다. 그 잘못된 방향 설정에서 생겨난 상처가 곪고 썩어오다 최근의 병역 비리로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경기 본연의 아름다움과 진지한 땀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포츠는 순수하고 올바르게 커 나간다. 그 발전의 기틀은 어디에서 얻어지는가. 야구계에서 쫓겨나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찰리 허슬' 피트 로즈가 그 답을 주고 있다. <텍사스에서>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 알립니다=이태일 야구전문기자의 야구칼럼 '인사이드피치'가 오늘부터 다시 게재됩니다.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연수 중인 그는 메이저 리그 소식까지 곁들인 다양한 야구 얘기를 독자여러분께 전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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