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475세대' 떴다…푸틴등 70년대 학번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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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푸틴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오름으로써 러시아 '70년대 세대' 의 부흥기를 맞았다.

러시아 사회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은 70년대에 대학을 다녔거나 사회초년병 생활을 했던 지식인 계층을 '70년대 세대' 라고 분류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한국에서 60년대에 태어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를 '386세대' 라고 한다면 이 50년대생(生)들은 러시아판 '475세대' 인 셈이다.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에 프랑스의 '68혁명' 과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어졌던 '프라하의 봄' 을 겪은 이들은 지난 20여년 동안 러시아 사회변혁의 원동력이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을 추진할 때 이의 필요성을 설파하던 적극적 지지자들이었으며, 1991년 8월 보수파 쿠데타 시도가 있었을 때는 잠도 자지 않고 '벨르이 돔(당시 개혁파의 상징이었던 러시아 최고회의 건물)' 을 사수했던 집단이었다.

요즘도 각 분야의 실질적 지도세력은 바로 이 '70년대 세대' 다. 푸틴 대통령 당선자는 바로 70년대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물. 당시 대학생들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엄중한 감시 속에서도 솔제니친 등 반체제 작가들의 작품을 돌려 읽었고, 당국의 록음악 불법화에도 불구하고 록그룹 연주회에 몰려다니곤 했다.

특히 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레닌그라드는 러시아 제국 시절 '서구의 창(窓)' 역할을 했던 도시답게 변혁의 분위기가 강했던 곳이다.

물론 한국의 386세대들이 모두 반(反)정부 시위 참여자만은 아닌 것처럼 푸틴 역시 모범적인 생활틀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는 소련 체제 보루의 상징이었던 KGB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또래 공통문화의 영향을 받았을 푸틴이 러시아를 진정한 변혁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이 러시아내에 팽배해 있다.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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