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쇼크’에 주요국 증시가 휘청거렸다. 두바이 국영업체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동결 소식에 유럽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27일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서울=연합뉴스, 도쿄·홍콩=AFP]
27일의 주가 하락률(-4.69%)이나 원화가치 하락률(-20.2원)은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의 수준에 버금갔다. 주식 대신 채권을, 원화 대신 달러를 사들이는 모습도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케 한다. 시장이 불안해지자 채권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시장의 반응은 다소 과도했다는 분석이 많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은 “우리 기업과 금융회사가 받을 충격 이상으로 시장이 과잉 반응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권의 두바이 채권 잔액은 88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특히 두바이 정부가 채무 상환을 유예해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한 두바이월드의 채권 잔액은 3200만 달러다.
두바이 사태로 인한 국내 건설사들의 충격도 제한적이다. 박영도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건설사의 주 활동 영역은 두바이와 같은 부동산 개발이 아닌 석유·화학 분야의 플랜트 사업”이라며 “두바이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국내 건설사가 볼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날 건설업종 지수는 6.7%, 금융업종 지수는 6.61%가 떨어졌다. 실제 피해 여부보다는 심리적인 충격이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또 두바이에 많이 물린 유럽계 은행이 부실화할 경우 우리에게 다시 충격이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숨겨진 부실이 언젠가는 터질 것이란 우려가 두바이 사태로 현실화되면서 충격이 배가됐다”며 “각국 정부가 활용할 카드가 제한된 상황에서 미국이나 동유럽의 숨겨진 부실이 더 드러날 경우 시장 혼란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