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고로쇠나무 곳곳 구멍 자연 해쳐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해마다 봄이 되면 몸에 좋다는 이유로 고로쇠 나무즙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행태가 도가 지나쳐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산에 가보면 몸통 부분 곳곳이 뚫어져 있는 고로쇠 나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즙을 얻기 위해 드릴로 마구 상처를 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은 지금까지 환경단체들이 줄곧 비난했던 '사슴피 마시기' 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말할 줄 모르는 나무라 해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자연환경이므로 똑같이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안 버리고 줍는 것만이 환경보호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자연을 직.간접적으로 해치지 않는 행동이다.

몸에 좋다면 무엇이든 우선 먹고보자는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건강을 위해 고로쇠즙을 마신다면 이는 정말 한심스러운 일이다.

조금 있으면 산나물 채취도 시작될 것이다. 그 흔한 산나물도 이제는 씨가 말랐다고 한다. 고로쇠 나무뿐 아니라 야생으로 자라나는 풀.나무들에 대해 좀더 애정을 갖고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이진상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