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해 미란, 내일 힘껏 해보는 거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중앙포토]


장미란(26·고양시청·사진)이 28일 경기도 고양에서 열리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5㎏ 이상급에서 4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2005년 대회부터 3연패를 달성한 장미란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4년 연속 세계 정상을 지켰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세계선수권이 열리지 않는다. 1987년부터 여자 종목이 추가된 세계선수권에서 4연패를 달성한 여자 역사는 리야쥐안(90~93년)과 탕웨이강(95~98년·이상 중국) 두 명뿐이다. 여자 역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다. 올림픽을 포함해 5년 연속 세계 정상 도전은 장미란이 처음이다.

장미란은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는 별다른 경쟁자가 없다. 요주의 선수로는 멍쑤핑(20·중국) 정도가 꼽힌다. 중국의 차세대 주자이긴 하지만 아직은 덜 여물었다. 지난 10월 중국 전국체전에서 4위를 차지한 멍쑤핑의 기록은 인상 134㎏·용상 179㎏(합계 313㎏). 세계기록(인상 140㎏·용상 186㎏) 보유자 장미란보다 인상에서 6㎏, 용상에서 7㎏ 뒤지는 기록이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마리아 그라보베츠카야(카자흐스탄)도 출전하지만 멍쑤핑보다 기록이 좋지 않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 쏠리는 주위의 기대는 지난해 올림픽 때 못지않다. 반면 훈련 상태는 그때만 못하다. 장미란에겐 고스란히 부담으로 이어진다.

장미란은 지난해 올림픽 이후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 부상도 함께 찾아왔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난 4월. 하지만 훈련에 탄력을 받던 6월 발목과 발가락을 다쳤다.

올림픽 이후 찾아온 유명세로 홍역을 겪기도 했다. 자신과 상의도 안 된 행사 참여 기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신의를 중시하는 장미란은 졸지에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돼버렸다. 몸의 부상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컸다.

운동량이 줄면서 자세도 흐트러졌다. 올림픽 때 맞춰놓았던 좌우 밸런스는 예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문영진 박사는 “지난 4월 소폭으로 자세 교정을 했다. 부상에다 근육량이 줄다 보니 몸 전체를 쓰지 못하고 상체 위주로 동작이 치우쳤다. 곧바로 일어나려는 엉덩이를 앞쪽으로 치고 나오도록 하는 식으로 자세를 교정했다”고 말했다.

장미란이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한 건 최근 4개월 정도다. 김기웅 여자대표팀 감독은 “세계 기록보다 대회 4연패가 먼저”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하지만 장미란은 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4연패를 목표로 훈련을 해왔다. 달성한다면 무척 영광스러울 것이다. 매 대회 때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세계 기록 도전은 당연하다”고 각오를 밝혔다.

장치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