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꿨어요] 임행옥씨… 안방을 공부방으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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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안방을 아이들에게 내줄까'

자녀들이 커가면서 비좁아지는 아이들 방을 보면 어느 부부나 한 번쯤 생각하는 일이다.

특히 아파트는 안방과 거실이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해 나머지 방들은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게 사실. 그러나 그동안 굳어진 생활습관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아이들을 너무 떠받드는 게 아닌가' 하는 주변의 시선 등에 정작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에 사는 임행옥(40)주부는 큰 딸의 중학교 입학을 계기로 지난주 휴일을 이용해 안방을 아이들 공부방으로 꾸몄다.

임씨는 "부부가 잠자는 것 외에는 별로 쓸 데 없는 넓은 안방을 아이들 공부방으로 내주기로 했다" 며 "나의 제안에 남편도 쾌히 응낙했다" 고 말했다.

임씨네 집은 방이 4개인 40평형대 아파트. 이전에는 큰 방을 부부 침실로 쓰고, 작은 방 3개는 두 딸(중1.초4)의 방과 남편 서재로 사용했었다.

큰방을 아이들 방으로 꾸미려면 전체적인 방 배치부터 다시 해야 한다. 따라서 임씨 부부는 자매간에 우애와 학습분위기를 배려해 집안구조를 변경했다.

큰 방은 공부만 하는 곳으로 만들어주고, 잠은 같은 방에서 자도록 배치했다.

각자 방을 쓸 때도 서로 몰려 다니며 한 방에서 공부하고 잠자던 습관을 배려한 것. 부부 침실은 작은 아이가 쓰던 현관 옆 방으로 옮기고 남편의 서재는 예전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 공부방 꾸미기〓각자 쓰던 책상과 책장을 붙박이장 건너편으로 나란히 붙여 놓고, 가운데는 두 개의 책장을 겹쳐 각자 공간을 구분해줬다.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큰 아이는 안쪽으로, 자주 들락거리는 작은 아이는 방문쪽으로 자리를 잡아 주었다.

의자 뒤쪽으로는 1m정도 높이의 책장 6개를 이어 의자에 앉아 각자 원하는 책을 쉽게 꺼내 볼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붙박이장 한쪽에 생긴 여유공간. 그러나 이 공간이 전업주부 임씨가 15년만에 다시 갖는 자신의 책상이 놓일 자리가 됐다. 이웃집에서 쓰지 않는 책상을 얻어 아이들 공부방에 자신의 책상을 추가로 놓은 것이다.

임씨는 "큰 아이 현주는 책장으로 둘러싸인 자신만의 작은 공간이 만들어져 마치 도서관에서 있는 것 같아 공부가 더 잘된다고 했다" 고 전했다.

작은 아이 화세는 "아빠가 늦게 들어와도 엄마.언니랑 함께 따로따로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 재미있다" 며 좋아했다.

임씨 역시 "아이들 공부방을 꾸미다가 갑자기 내 책상을 얻는 덤까지 생겼다" 며 기뻐했다.

◇ 침실꾸미기〓부부침실은 전면 베란다가 있는 작은 방으로 옮겼다.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거실에 있던 TV를 부부침실로 들여 놓았다.

임씨는 "안방과 똑같이 남향이므로 낮 시간에 햇볕이 들고 창밖의 풍경도 그대로" 라며 "부부 침실이 작으니까 신혼시절 생각도 나고 아늑한 분위기가 새롭다" 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단지 옷장을 옮기지 못해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고 덧붙였다.

아이들 잘 곳은 큰 아이가 쓰던 방으로 결정했다. 싱글 침대로 두 개를 놓으려다 워낙 두 자매가 함께 자는 것을 좋아해 더블침대를 쓰도록 큰 마음먹고 새로 장만했다.

방을 바꾸는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1백15만원. 침대를 사는 데 큰 돈이 들어갔고, 작은 책장(2만5천원) 6개에 15만원이 들었다.

아침 일찍 서두르면 쉽게 끝날 것 같던 일이 방 3개를 바꾸다 보니 가족 4명이 모두 매달렸는데도 저녁 무렵이나 돼서야 대충 정리가 끝났다. 나머지 허드렛일들은 다음날부터 임씨가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정리했다고 한다.

임씨 부부는 "두 딸이 한 방에서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고 입을 모았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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