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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류 위한 8~12인승 마하 1.6으로 날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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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판 콩코드기인 투폴레프-144 초음속 여객기가 맥스-2007 국제 에어쇼에 선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프랑스 통신사인 AFP는 거의 아홉 달 전인 3월 31일 그리니치 표준시(GMT)로 19시36분(한국시간 4월 1일 오전 4시36분) 흥미로운 뉴스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2003년 이후 정기운항을 중단했던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해 만든 초음속 콩코드 여객기가 6월에 2시간에 걸쳐 하늘을 다시 날게 된다고 파리의 항공우주 박물관 측이 화요일(3월 31일)에 밝혔다.”

콩코드 잇는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개발 시동 #미 에어리언사 이미 50대 선주문 받아 … 2015년부터 본격 생산

이렇게 시작한 뉴스는 다시 이렇게 이어졌다. “이 비행기는 6월 16일 오전 10시 에어쇼가 열리는 파리 인근 르부르제 공항을 이륙해 아일랜드로 비행하는 도중 바다 상공에서 초음속 장벽을 깨게 될 예정이다. 이 항공기를 운용했던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2000년 파리 인근에서 113명의 사망자를 냈던 항공사고 이후 이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다. 이번 비행에는 제비뽑기에서 당첨된 50명의 승객을 태우게 될 것이며, 항공권의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 박물관의 대변인이 말했다. 조종사도 제비뽑기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 박물관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콩코드를 이번 비행에 사용할 예정이다.”(이하 생략)

다시 AFP는 거의 2시간이 지난 뒤인 GMT 6시30분에 더욱 흥미로운 후속 기사를 올렸다.

“파리의 항공우주 박물관 측이 앞서 발표한 내용이 꾸민 내용이라고 밝혔기에 기사를 전문 취소(Kill)합니다.”

세계적 통신사인 AFP가 박물관의 만우절 농담에 속아 이를 진짜인 양 보도하는 바람에 생긴 해프닝이다. AFP가 이날 속은 것은 콩코드에 대한 대중의 추억이 그만큼 짙기 때문일 것이다. 100명이 조금 넘는 승객을 태우고 최고 마하 2, 운항속도 마하 1.6의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던 그 초음속의 추억 말이다.

1969년 첫 비행을 한 콩코드는 1976년에야 상업비행에 들어갔고, 2000년 사고 이후 정기 운항이 금지되다가 2003년 완전히 사라졌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초음속 여객기로서 한 시대의 과학기술 아이콘 노릇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 명분은 소음공해 방지였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국 항공기 제작사를 간접적으로 돕기 위한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조치 중 하나였다며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는 초음속 여객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망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초음속 비행으로 비행시간을 줄이고 싶은 초고소득층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초음속 여객기 개발이 VVIP마케팅의 하나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준우주선급 극초음속 여객기 등장할 수도

실제로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춘 초음속기 개발 프로젝트가 초고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번에는 콩코드보다 크기는 작고 속도는 더욱 빠른 비즈니스 제트기가 줄이어 개발되고 있다. 몇 초의 시간도 아까운 최상류층 0.1% 비즈니스맨을 실어 나를 소형 초음속기다.

이를 주도하는 기업의 하나가 미국 네바다주 르노에 본사를 둔 에어리언사다. 이 회사는 8~12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고 마하 1.6의 속도로 비행하는 소형 초음속 비즈니스 제트기를 개발 중이다. 항속 거리는 4000마일(약 6500㎞) 정도로 대서양을 건너는 정도다. 대당 가격은 8000만 달러로 책정됐다.

그런데도 벌써 50대, 40억 달러어치의 선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2년 전 두바이 에어쇼에서 개발계획을 소개한 직후부터 주문이 밀려든 것이다. 이 회사의 브라이언 바렌츠 부회장은 “그 가운데 3분의 1이 중동과 아시아에서 온 주문”이라고 FT에 밝혔다. 중동의 왕족을 포함해 여행 시간을 줄여 시간을 아끼려는 VVIP 비즈니스맨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예상을 넘어서는 주문에 이 회사는 사업계획을 확대했다. 원래는 2015년부터 10년 동안 300대 정도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목표를 그보다 늘려 잡고 있다. 바렌츠 부회장은 정확히 얼마나 늘려 잡았는지는 밝히지 않으면서 “소형 초음속 제트기 시장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것 같다”고 단언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 회사는 북미 외 지역 판매를 담당할 국제영업 자회사인 이그제트 제트사를 스위스에 설립하고 공세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유럽에선 프랑스 다소사가 8~16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1.8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하는 소형 비즈니스 초음속기를 개발하고 있다. 가격은 대당 4000만 달러로 잡았다.

공기 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을 거치면서 대륙을 횡단하는 준우주선급 초음속 여객기를 위한 엔진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주식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리액션 엔진사는 최고속도 마하 5로 25㎞ 상공을 비행할 수 있는 준우주용 고성능 엔진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

300명의 승객을 태우고 수소 연료로 비행하는 A2라는 이름의 여객기를 개발하는 LAPCAT라는 연구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 여객기에 쓸 엔진은 2014~16년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엔진을 여객기에 장착하면 호주 시드니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준우주공간을 거쳐 유럽 브뤼셀까지 4시간30분 만에 주파하는 꿈의 극초음속 시대가 열리게 된다.

앞으로 개발될 준우주선급 극초음속 여객기를 이용해 우주를 경험하게 하는 우주항공 관광상품도 발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버진 그룹의 버진 갤럭틱사는 준우주 왕복여행객을 이미 300명이나 모집해 놓고 있다. 한 번 다녀오는 데 20만 달러를 받는데도 손님이 이 정도로 몰린 것이다.

기술 개발에 앞서 상상력만으로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차세대 초음속기는 소형만 개발되고 있는 게 아니다. 중대형도 개발 중이다. 2003년 에어버스의 모기업인 EADS는 일본 기업과 공동으로 콩코드보다 더 크고 더 빠른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했으나 10억 달러라는 막대한 개발비가 걸림돌이 돼 계획이 계속 연기돼 왔다.

음속 뚫는 엄청난 굉음 처리 여전히 숙제

하지만 일본의 우주항공개발기구는 2005년 10월 300명의 승객을 싣고 최고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하는 ‘NEXST’라는 이름의 초음속 여객기를 독자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020~25년께 운항에 들어간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이 이미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과거에 초음속 폭격기와 여객기를 운용해 본 러시아가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러시아의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 중인 중국이 초음속 여객기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기술의 러시아와 생산의 중국이 손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야흐로 차세대 초음속기의 국제경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음을 줄이는 기술의 개발이다. 초음속기가 음속을 뚫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거나 줄이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취항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미국에서 여객기의 초음속 비행을 금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마하 1.15를 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이 과거 콩코드의 미국 대륙 횡단을 금지한 명분도 여기에 있다. 기술로 환경문제를 돌파하는 ‘그린 기술’ 개념이 초음속 여객기 개발에서도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기자·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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