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의 대만] 1.對中관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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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독립파로 알려진 천수이볜(陳水扁)이 대만 총통에 당선됨으로써 양안관계를 비롯해 대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陳후보의 대만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를 분야별로 점검해본다.

陳후보가 당선됐어도 양안 사이에 즉각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陳당선자는 낮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고, 중국도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안관계는 당분간 냉각상태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중국 지도부가 군부를 달래려면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위협을 가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은 陳의 태도에 따라 무력 사용.불사용을 정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오후 10시42분 신화사(新華社)를 통해 발표된 중국 당중앙 대만공작판공실과 국무원 대만공작판공실의 공동성명은 의외로 차분했다.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말라" 던 주룽지(朱鎔基)총리의 경고를 무시했는데도 말이다. 이같은 중국의 첫 반응으로 볼 때 당분간 양안(兩岸)사이엔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상하이(上海)의 대만연구소 부소장인 옌안린(嚴安林)은 陳의 총통 취임까지(5월 20일) 두달간이 관찰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은 陳이 취임식 날 어떤 시정강령을 발표할지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며, 그 이후의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두고 보자' 는 태도는 陳이 대만인들의 민의(民意)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陳은 득표율 39.3%로 당선됐고 나머지 60% 이상은 중국과의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대만이 아직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陳이 드러내놓고 대만독립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과의 통일담판에 나설 경우 陳정권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이징(北京) 연합대학(聯合大學)의 대만연구실 주임인 쉬보둥(徐博東)교수는 陳이 관찰기간이 끝나도록 대만독립을 공개적으로 추구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중국에 보이지 못할 때 그 이후의 사태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관되게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온 중국정부가 만일 대만독립 주장의 陳정권을 용인하면 향후 정권의 신뢰성을 잃기 때문이다. 화약고와 같은 티베트와 신장(新彊)자치구에 대한 통제능력도 문제다.

중국의 이같은 분위기가 전달됐기 때문인지 대만은 지금 조용하다. 대만군이 경계령을 내렸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20일에 주식시장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주가가 폭락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타이베이(臺北)시내 거리도 지극히 평온하다. 19일 낮 민성둥루(民生東路).톈진제(天津街).쑹장루(松江路) 등에서 만난 대만인들은 누구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陳당선자도 19일 당선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만이든 홍콩이든 어디에서도 중국 당국자와 만날 용의가 있다" 고 강조한 뒤 "중국의 영도인들이 대만으로 자유롭게 건너와 회담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 고 말했다. 중국을 거슬러 대만독립을 마구잡이로 밀고나가지 않겠다는 자세를 분명히 한 것이다.

양안정치문제연구소의 청신제(程信介)연구원은 "새 총통이 야당시절의 공약에 얽매여 대만독립을 무리하게 밀고 나간다면 양안간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고 경고했다. 당장 전쟁은 없겠지만 독립을 고집하거나 선포할 경우 적어도 국지적인 충돌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의 반응도 일단은 조심스럽지만 양안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陳후보의 당선을 대만 민주주의의 저력과 활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국이 주장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일본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은 선거결과에 대한 성명에서 "대만을 둘러싼 문제가 당사자간의 직접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양안간의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고노 외상도 '하나의 중국' 이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양국 모두 중국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달래면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양국 모두 양안간의 군사적 긴장이 미군과 일본의 자위대가 개입하는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기 때문이다.

타이베이.베이징.도쿄〓진세근.유상철.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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