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미있게 책 읽는 ‘북배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루한 책읽기가 흥미진진해진다. 책과 책끼리 경쟁하는 ‘북배틀’을 통해서다. 임세령(11·역촌초 5)양이 ‘북배틀’ 저자 김명철(바른번역(주) 대표)씨에게 방법을 배워봤다.

고아출신의 성장스토리
‘키다리아저씨’ VS 올리버트위스트’

북배틀에서 첫번째 할 일은 책고르기.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한권 고른다. 김대표는 “북배틀은 원래 자신의 주장을 담은 책끼리 비교분석하자는 것이 취지”라며 “초등생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책으로 연습하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책에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임양이 고른 책은 ‘키다리아저씨’. 고아인 주디가 부유한 복지가의 도움을 받아 기숙학교 생활을 하는 과정을 편지글 형식으로 다룬 소설이다.

김 대표가 임양에게 “19세기의 영국·미국 소설은 고아출신의 성장스토리를 다룬 작품이 많다”며 “고아가 주인공인 소설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임양이 소공녀와 올리버 트위스트를 꼽았다. 이 중 김대표가 키다리아저씨와 겨룰 북배틀대상으로 추천한 도서는 ‘올리버 트위스트’. 김 대표는 “처음에는 차이가 뚜렷한 소설을 선택하는 것이 쉽다”며 “주인공의 성별, 처한 환경이 매우 다르므로 재미있는 배틀(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차이점을 찾아라

책을 고른 뒤엔 본격적으로 두 이야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본다. 김대표는 “둘다 고아라는 점은 같지만,주디는 고아원에서 복지가의 도움을 받아 기숙학교로 옮기고 그 뒤엔 즐거운 생활을 하는 반면, 올리버는 고아원에서 쫓겨나 장의사집과 도둑소굴을 거치며 계속 불행한 생활을 한다”며 “이런 차이점을 정리한 뒤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처음엔 비슷했던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하는지 따져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논리구조를 이해하는 연습이 된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결말 역시 읽고나서 그냥 끝내지말고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주디가 마지막에 키다리아저씨와 결혼을 약속하는 장면을 ‘신데렐라 스토리’와 연관시켜 보는 식이다. 멋진 남성을 만나야 행복해진다는 메시지가 내포된 것은 아닌지, 오늘날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삶과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올리버가 재산상속자로 밝혀지는 결말은 물질만능주의와 연결해볼 수 있다. 그는 “두 이야기의 결말 중 어떤 것이 더 주인공 스스로 노력해 얻은 결과인지 따져보는 것도 좋다”며 “장단점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나름대로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 책을 승자로 결정해 노트에 적어 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책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틀리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라며 “북배틀 연습을 하다보면 비판적 사고력이 자라난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임세령양과 김명철 대표가 북배틀로 겨룰 책을 들고 웃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