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댄스…벨리 댄스…지구촌 춤꾼들 대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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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이스라엘 바체바무용단의 ‘찢겨진 조망’.

▶ 복부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터키의 벨리 댄스. 관능미와 함께 다산에 대한 기원이 담겨 있다.

가을을 가르고 무용의 바람이 분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www.sidance.org)가 다음달 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외국에서만 19개 단체, 국내에서 22개 단체가 참가하는 하반기 최대 규모의 무용 페스티벌이다. "무용은 너무 어려워""전공자만 위한 작품에는 질렸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이번 축제를 눈여겨 볼 만하다. 서울세계무용축제는 "모던 댄스만의 페스티벌이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페스티벌을 처음 열 때 내건 깃발도 '무용의 대중화'였다. 그래서 이번 축제에는 전통과 현대, 예술춤과 대중춤, 무용 전공자와 비전공 관객을 모두 끌어안는 작품들이 골고루 올라간다.

개막 공연은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영국 무용단 아크람 칸의 '대지(ma)'. 현대무용과 인도의 전통춤을 절묘하게 버무린 꽤나 동양적인 작품이다. 바탕에 깔리는 첼로와 보컬의 조화도 애잔하게 가슴을 긁는다. 예술감독과 안무가.무용수까지 겸하는 아크람 칸은 방글라데시 계열이다. 영국 작품인데도 동양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유다. 주한영국문화원 고유미 공보관은 "아크람 칸은 2년 전만 해도 신생 단체에 불과했다"며 "이젠 영국문화원이 세계 곳곳에서 전폭 지원하는 주목받는 무용단으로 훌쩍 컸다"고 설명했다.

쿠바의 현대무용도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는다. 뉴욕과 파리.호주 등지에서 세계적인 무용 페스티벌이 있을 때마다 쿠바의 '대표선수'로 출전하는 '단사 콤비나토리아'가 무대에 오른다. 라틴 댄스와 고전 발레의 뿌리가 깊은 쿠바의 춤꾼들은 기본기가 탄탄하기로 유명하다. 1부에선 현대무용, 2부에선 맘보와 차차차 등 격정적인 라틴 댄스가 객석을 흔든다.

난해함보다 흥겨움이 좋다면 터키의 벨리 댄스가 적격이다. 과감하게 드러낸 배꼽에는 관능적인 몸짓과 함께 다산(多産)에 대한 기원까지 담겨 있다. 지금도 이집트의 신혼부부들은 벨리 댄서의 배에 손을 올리고 기념 사진을 찍을 정도다. 최근 불어닥친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벨리 댄스, 그 진수를 맛볼 기회다. 이외에도 독일의 무용전문지 '탄츠플랫폼'이 선정한 '50대 독일 안무가'에 뽑힌 전인정의 첫 귀국무대가 마련된다. 또 병원 응급실에서 자동차 사고를 당한 신체의 움직임을 관찰, 실험적인 무용으로 되살린 호주 발레랩의 '증폭'도 눈길을 끈다.

서울세계무용축제 이종호 집행위원장은 "모던 댄스 중심의 엘리트 편향도, 검증되지 않은 민속춤만의 컬렉션 편향도 지양한다"며 "일반 관객들이 무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도록 이번 축제가 징검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2-763-1178.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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