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민국당의 YS향한 구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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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일 오후 2시 경남 거제 실내체육관. 4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체육관이 꽉 찬 가운데 민주국민당 거제지구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단상에 올라온 김한표(金漢杓)후보는 바로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 를 거론했다.

"오늘 아침 8시20분에 상도동에 전화를 드렸더니 金전대통령께서 '金위원장, 꼭 필승하라' 고 했다. 마산에 계신 김 홍(洪)자 조(祚)자 할아버지께선 몸이 불편해 직접 참석못하는 대신 화환을 보내줬다. " 거제경찰서장을 지낸 그는 YS의 가족경호책임자 출신.

"金전대통령과 영부인을 목숨을 걸고 지켰던 경호부장 시절의 마음그대로 거제시민을 섬기겠다" 고 다짐했다.

이어 나온 민국당 지도부의 YS를 향한 구애(求愛)는 "애처롭기까지 했다" 는 반응이다. (이용수.53.거제시민)

"金전대통령이 열매를 못맺은 정치를 경상도에서 출발시키는 당이 민국당이다. 金전대통령이 지지하는 진짜 야당이다. 지금 상도동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金전대통령에게 거제의 박수소리를 보내 안심시키자? " (신상우 최고위원)'

"나보고 金전대통령이 다른 데는 안가도 거제는 가라 했다. 거제가 낳은 위대한 정치인, 세계적 정치인 金전대통령이 거제의 자존심이자 상표다. " (김광일 최고위원)'

민국당 지도부가 쏟아낸 발언들을 듣고 있자니 단상에 앉아있는 후보가 다름아닌 YS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김광일 최고위원은 아예 "이번 거제선거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간의 싸움" 이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1주일 전. 민국당은 창당대회를 하면서 이런 창당선언문을 발표했다. "임박한 3김시대의 완전 종결을 앞두고 미래를 위해 준비된 정치세력이 민국당이다." '국민에게 드리는 글' 에선 "국민여러분은 특정인 한사람에게 매달리고 충성을 바쳐야 하는 기성정당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런 민국당이 어찌된 일인지 "오직 YS" 만을 외치고 있다. 민국당 바람이 미풍인 채로 주춤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국당이 목메 하는 金전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에서 오늘도 "아무 말이 없었다" 고 한다. 이 괴리가 한국정치의 실감나는 현장이다.

박승희 기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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