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입수한 4대 강 예산 세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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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7시. 국회 의원회관 1층 회의실에 한나라당 예결위원들이 모였다. 정기국회 최대 쟁점인 4대 강 사업 세미나를 위해서다. 의원들에게는 한나라당 예결위에서 작성한 ‘2010년도 예산(안) 심의 대비 주요 쟁점 설명자료’라는 자료가 배포됐다. 모두 91페이지 가운데 79페이지가 4대 강 사업설명에 할애됐다. 자료에는 4대 강 사업의 강별 세부 사업비가 적시돼 있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에 16조9498억원이 투입된다. <그래픽 참조>

낙동강에 가장 많은 9조7875억원이 배정됐다. 4억4000만㎥를 준설하는 비용이 4조1897억원으로 가장 많고 송원리댐, 보현댐, 안동-임하댐 연결 등 3곳의 댐 신규 건설에 1조2056억원을 투입한다. 낙동강에 전체 4대 강 사업비의 57.8%가 투입되는 이유는 총연장이 가장 길고, 수질 개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은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쓴다. 그러나 수질이 좋지 않아 진주 남강댐 물을 끌어 쓰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올 초엔 이 문제로 당내 부산·경남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현기환(사하갑) 의원은 “수질개선에 대한 지역의 요구가 높아 4대 강 사업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 ‘당론 갈등’을 겪고 있는 영산강에 두 번째로 많은 2조6461억원이 배정됐다. 특히 농림부가 주관하는 농업용 저수지 사업(14개소)에 6206억원이, 영산강 하구둑 확장 사업에 6189억원이 배정돼 가장 덩치가 컸다. 초점은 수질개선에 맞춰져 있다. 저수지를 만들고 하구둑을 확장하면 영산강의 담수능력이 커진다. 민주당 최인기(나주-화순) 의원은 “영산강사업의 핵심은 수량을 늘려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산강에는 또 4대 강 중 유일하게 홍수조절지 2곳(2785억원)이 만들어진다.

22일 기공식을 연 충남 공주 지역 금강. 정국 핫이슈인 4대 강과 세종시가 모두 걸려 있는 지역이다. [조문규 기자]

금강에는 2조4727억원이 투입된다. 농업용 저수지 30개소 개발에 6767억원이 투입돼 몫이 가장 크다. 강 정비가 상당히 진전돼 있는 한강의 사업비는 2조435억원으로 가장 적다.

4대 강 사업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이처럼 지방 민심 다독이기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 강 사업 소신과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등이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그 때문에 민주당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장의 반란”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내 반발이 커지자 박광태 시장은 “당론과 입장을 같이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권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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