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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해외여행상품 다 이유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필리핀 현지 가이드의 횡포가 심합니다.

팍상한폭포 선택관광요금을 80~1백달러를 받는데 선진국 선택관광요금과 차이가 없어요. 필리핀의 물가와 싼 인건비를 고려할 때 교통비를 제외하더라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입니다

최근 부모님을 모시고 4박5일 필리핀관광을 다녀왔다는 장혜진씨가 기자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이다.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불만신고도 지난해 총 98건에서 올해는 2월말 현재 벌써 25건이나 되는 등 증가추세에 있다. 현지 가이드들의 선택관광 강요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현상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행사가 IMF이전 수준으로 늘어나다 보니 여행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원가에도 못미치는 저가상품을 내놓기 일쑤다.

또 현지 랜드업체 협찬으로 광고를 내다 보니 랜드업체는 거의 밑지다시피 손님을 받게 된다.

올봄 최대의 신혼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는 필리핀 보라카이(4박5일) 요금은 84만9천~99만9천원이다.

그러나 실제 원가는 왕복항공료(서울~마닐라~보라카이) 50만원, 호텔비(4박) 19만원, 식비(6끼) 8만원, 공항세 3만4천원, 차량비 6만원, 여행자 보험 8천5백원 등 약 87만원. 여행사 마진을 감안할 때 현지 랜드업체는 수익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선택관광이나 쇼핑을 강요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문제가 된 팍상한폭포 선택관광은 "개인여행객의 경우 차량비를 포함해 90달러 정도 소요되지만 패키지상품을 이용한 여행객은 따로 차량을 대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입장료 40달러만 내면 된다" 고 업계에서는 밝힌다.

상품가격은 호텔등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특급과 초특급호텔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몇몇 여행사는 초특급호텔 요금을 받고 자신들이 이용하는 호텔을 무조건 초특급이라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마닐라의 웨스틴 프라자.다이아몬드.팬 퍼시픽호텔과 보라카이의 클럽 패놀리.파라다이스 가든 등을 초특급 호텔로 꼽는다.

여행사들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따라서 저가상품에 사은품까지 준다는 상품은 잘 따져봐야 한다.

광고에 현혹돼 가격과 호텔만 보고 상품을 선정하다 보면 모처럼만에 떠난 여행이 선택관광과 쇼핑강요로 엉망이 되기 쉽다.

현지 랜드업체의 가이드는 적자분을 메우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냥 쉬고 싶다는 여행객을 끌고 다니며 선택관광을 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한다.

이처럼 '배(여행상품)보다 배꼽(선택관광.쇼핑)이 더 큰 여행' 풍토는 필리핀뿐 아니라 유명 해외여행지에서 수없이 발생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가상품으로 여행객을 유혹하는 여행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겠고 무턱대고 싼값의 상품을 선정하기보다 '제값' 내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성숙된 여행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또 계약조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급적 전문여행사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돈을 낸 만큼 대접받는다' 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고 여행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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