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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적신호' 놓쳐 병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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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머리 뒷부분의 뼈가 점점 더 많이 튀어나와 최근 병원을 찾은 A씨(46.여). 진단결과는 뇌종양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뇌수막종이었다.

가까스로 수술은 했지만 너무 늦게 치료를 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데는 실패했다. A씨는 "머리뼈가 튀어나오는 것은 알았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며 "두통이 아니었으면 병원을 찾지도 않았을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 뇌종양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늦춰 수술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심한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A씨의 경우처럼 뇌수막종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많이 진행됐을 때는 수술을 하더라도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신경외과 김정훈교수는 "우리나라는 병원을 찾는 뇌종양 환자들의 종양 크기가 대부분 직경 5㎝ 이상되는 후진국형이기 때문에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말한다.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면 50% 이상 완치할 수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다 생명을 잃는다는 것.

뇌종양은 뇌조직 뿐 아니라 뇌 주변조직에 발생하는 종양도 포함된다. 악성(암)인지 단순한 혹(양성종양)인지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 치료결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발생빈도는 전체암의 2% 정도이며 어린이 암중에선 백혈병 다음으로 흔하다.

뇌종양의 증상은 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간질.신체 특정부위 마비.시력감퇴.난청.이명 등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종양이 커지면서 뇌속의 압력이 증가해 두통.구토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환자가 안과.이비인후과.정형외과 등 여러 과를 거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오른쪽 다리 부위에 힘이 빠져 디스크로 생각하고 물리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은 B씨(55.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년 지난 후에야 왼쪽 뇌에 있는 종양이 원인질환임을 알았다.

김교수는 "흔한 뇌종瑛?뇌하수체 종양은 시신경을 눌러 시력이 떨어지고 시야가 좁아지며, 청신경초종은 청력이 떨어지고 이명.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며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더라도 이미 나빠진 시력이나 청력을 되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다.

뇌종양은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위치가 뇌 깊숙히 있거나 숨골 등 치명적인 부위에 있을 땐 수술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어 방사선 치료나 항암치료를 한다.

방사선 치료법 중 감마선을 이용한 감마나이프 치료는 수술이 불가능한 부위의 종양이나 고령으로 인해 외과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도 완전제거가 가능하나 종양의 크기가 3㎝미만이라야 한다.

뇌종양은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폐.간.대장.유방 등 신체 다른 부위의 암이 뇌로 전파된 경우는 흔하다. 전이성 뇌종양은 치료를 하더라도 평균적인 여명이 9~11개월 정도로 짧다.

서울대의대 신경외과 정희원교수는 "뇌는 단단한 뼈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종양이 커지면 뇌압이 올라가 머리가 뽀개지는 듯한 심한 두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흔하고 그밖에도 말을 못하거나 팔.다리 마비가 오는 등 불편한 증상이 올 수 있다" 며 "남은 여생이 짧더라도 증상을 덜어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황세희 전문위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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