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춘궁기' 우수레퍼토리로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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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봄은 환희와 희망의 계절. 그러나 1960년대까지만 해도 봄은 견뎌내기 힘든 시기였다. 이른바 춘궁기. 서민들은 보릿고개를 넘기가 고통스러웠다.

지난해 9월 초연 당시 묵중한 주제와 경쾌한 진행으로 좋은 평을 받았던 극단 미추의 '춘궁기' (박수진 작.강대홍 연출)가 '제철' 을 찾아 17일부터 공연된다. 2000년 문예진흥원 우수 레퍼토리로 선정돼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렇다고 '배곯았던' 시절의 얘기는 아니다. 강원도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남북분단의 비극과 갈수록 황폐해지는 농촌현실을 그린 일종의 사회극이다.

우리를 옥죄고 있는, 아니 앞으로 진정 풀어야 할 '춘궁기' 는 바로 이게 아니겠느냐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무대 자체도 황량하다. 평생을 해로(偕老)하라고 세워진 솟대 두 개가 덩그라니 서 있다.

50여년 전 휴전선을 넘다가 남편과 헤어진 할머니, 북에 남아 손녀딸과 함께 사는 할아버지, 산골마을에 불어닥친 개발붐과 가뭄 등을 소재로 분단과 탈북.농촌문제 등을 간결하게 풀어간다.

벤처니 주식이니 하며 핑핑 돌아가는 요즘 세태에서 자칫 망각하기 쉬운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짚어보는 작품이다. 공연은 29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 0351-879-3100.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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