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데뷔앨범 낸 수잔-김태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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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색적인 보컬과 창법으로 가요계 문을 두드린 두 신인 여가수가 주목을 끌고 있다.

수잔(22)과 김태영(29). 이들의 노래는 발라드도 댄스도 아니어서 장르를 딱히 구분하기가 애매한 것이 특징. 수잔이 여리디 여린 여성적 보컬을 구사하는데 반해 김태영은 다소 굵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도전장을 냈다.

성향은 다르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개성으로 기존 여성가수들과 차별화 하겠다는 전략은 닮은 셈. 이들의 개성과 데뷔 음반을 점검해 본다.

***수잔

수잔(Suzanne)은 재미교포 2세다. 본명은 강민정.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그는 학업을 잠시 중단하고 가수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는 96년 '이번에 선보인 그의 데뷔 음반은 재미교포 2세 작곡가들로 구성된 프로듀서팀에 의해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이 음반엔 복고적인 유럽 스타일의 리듬과 팝적인 멜로디가 두드러져 아주 색다른 맛을 낸다.

수잔은 생목소리를 내기 보다 가성에 가까운 여린 목소리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데 주력했다.

듣는 이에 따라 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여성이 듣기엔 다소 간지럽게 들린다 싶은데 남성들에겐 바스라질 것 같은 연악함을 느끼게 하는 창법이 매력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독특한 보컬은' '퍼지' 라는 예명의 프로듀서와 만나' 2년 간의 보이스 훈련이 나은 결과. '퍼지' 라는 예명의 프로듀서가 곡을 만들어주고 보컬 스타일도 직접 연출했다.

차분한 분위기가 강조된 곡들이 지배적으로 많다. '섀도우' '생일 축하해줘' 등은 채 성숙하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기운을 쪽 빼고 힘없이 소리를 뽑아내는 그녀만의 창법이 녹아있다.

평이한 곡들 보다는 색다른 맛에 관심이 가는 이들이라면 오히려 '셰리 아모르' '슬리버' 와 같은 곡에 매료될 것 같다. '소중한 사람' 이란 뜻을 지닌 '셰리 아모르' 는 보사노바 리듬에 편안한 멜로디를 얹은 것으로 친근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가 돋보인다.

'슬리버' (지나치게 남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는 힙합 리듬을 바탕으로 중간에 남성의 내레이션이 흥미롭게 녹아있다. 이 곡은 기존 국내 가요와 가장 차별화되는 곡으로 꼽힐 만 하다.

보이즈 투 맨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사운드 엔지니어를 비롯, 마이클 잭슨과 머라이어 캐리 등의 세션을 맡았던 마이클 톰슨이 기타 세션을 맡는 등 세계적인 세션과 엔지니어들이 참여해 음악과 사운드의 완성도를 높인 점이 남다르다.

*** 김태영

김태영은 이번에 데뷔 음반을 냈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인 아닌 신인이다. 1994년 MBC드라마 '종합병원' 의 주제가인 '혼자만의 사랑' 을 부르는 등 경력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성숙하고 감성이 풍부한 목소리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던 그는 '종합병원' 의 후속곡 '우연' 을 불러 이미 가창력이 탁월한 가수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많은 CF음악을 불러 '얼굴없는 가수' 로 수년간 활약해온 그는 클론의 객원 싱어로도 참여해 '돌아와' '펑키 투나잇' 으로도 파워풀한 목소리를 과시했다.

이번 그의 음반은 히트제조기로 불리우는 김창환씨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질러대면 단연 두드러질 수 있는 목소리를 지녔는데도 그런 창법을 최대한 자제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실어내는데 주력한 흔적이 노래 곳곳에 묻어난다.

"내지르는 소리로 힘과 테크닉을 강조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감성을 목소리에 실어내고 싶었다" 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데뷔 앨범을 내기까지 가수로서의 길을 찾기 위한 자신의 방황을 담아내고 싶었던 걸까. 타이틀곡인 '오랜 방황의 끝' 은 가볍게 들어넘길 곡 같지가 않다.

잔잔하고 애절한 멜로디에 '웅장한 오르간 사운드와' 절제로 깊은 맛을 더한 목소리가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는 댄스곡도 불렀다. '거울 앞에서' 란 곡은 라틴풍의 댄스곡. 한 남자를 기다리다 이젠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한다는 내용을 깊이 있는 목소리로 소화해 냈다.

그녀의 가창력은 댄스와 발라드를 소화해내는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수록곡들이 그의 가창력을 충분히 보여주기엔 밋밋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개성 강한 보컬과 창법을 지닌 실력파 가수를 접한 반가움 뒤엔 그의 데뷔앨범이 넘치는 그의 역량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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