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수입 대리석·화강석 치장 그러고도 “호화 청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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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호화 청사 논란을 빚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신청사에 대해 이대엽 성남시장은 23일 “호화 청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이날 시장실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하면서 “시장실(사무실)도 (행정안전부) 기준에 딱 맞게 지었다. 옛 청사 시장실보다 좁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외국에 나가면 시청을 꼭 찾아가 보듯 신청사는 성남시의 얼굴”이라고 했다. 그는 “만일 광주·하남과 통합되면 (통합 시청은) 이것(신청사)도 작다”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끝내고 92㎡ 크기의 사무실 옆에 붙어 있는 화장실(22㎡)과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인 내실(16㎡)로 직접 안내했다. 외벽을 따라 길쭉한 모양의 화장실은 샤워실과 세면대를 갖췄고 내실에는 1인용 침대와 책상이 설치됐다.

사무실을 나오면 바로 비서실(81㎡)과 연결된다. 이곳에는 외부 손님을 맞기 위한 접견실(48㎡)·탕비실(13㎡)이 있다. 비서실 옆에는 상담실 2개와 또 다른 탕비실·화장실을 갖춘 고충처리민원실(110㎡)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비서실장 등 비서진 일부가 이용하는 등 사실상 비서실 공간으로 쓰고 있다. 시장실과 비서실을 처음 공개한 성남시는 시장 사무실과 내실 등의 사진 촬영은 허용하지 않았다. 경원대 김형철(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공공청사는 대부분 검소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며 “로비 바닥과 벽을 고급 호텔처럼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한 성남시 신청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남시 신청사건립팀장은 23일 호화 신청사와 관련한 해명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점검반 6명이 20일 7시간 동안 성남시를 방문해 신청사 건립 서류 및 현장조사를 벌인 데 이어 관련 자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점검반은 점검에서 건축자료를 검토하며 여론이 지적하는 것처럼 호화 청사인지를 조사했다. 또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자치단체장 집무실 기준 면적(165.3㎡)을 초과한 시장실을 비롯해 부시장실 등 주요 사무실과 내부 설비를 둘러봤다. 성남시 관계자는 “ 국무총리실에서 진상을 확인하러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면적 기준을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 수를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개정안(정부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성남=정영진 기자

◆성남시 신청사=지상 9층, 지하 2층에 건축 연면적이 7만4452㎡에 달한다. 건축비 1610억원에다 부지 매입비를 합하면 3222억원이 들었다. 건물 1층 로비벽과 바닥은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됐다. 호화 논란을 일으킨 경기도 용인시청(3만2784㎡)보다 4만여㎡ 넓다. 2288억원을 투입해 9만㎡ 규모로 짓는 서울시 신청사에도 뒤지지 않는다.

호화 논란을 빚고 있는 성남시 신청사 로비 전경. 로비 1∼3층 바닥과 벽은 수입 대리석과 화강석으로 치장됐다. [연합뉴스]


“시민 위한 것 … 총리실도 규정에 맞다고 해”
이대엽 시장 일문일답

이대엽(75·사진) 성남시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한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시민들이 원하면 시장 3선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는 독자 이해를 위한 설명)

-호화 청사 논란이 있다.

“신청사는 성남시와 성남시민의 얼굴이다. 내가 가져갈 것도 아니고 모두 다 시민을 위해 만든 것이다.”

-외형상 크다는 지적이 있다.

“2007년 11월 신청사 착공 때 통합시가 됐을 때를 고려했다.”(※기자들이 “행정구역 통합 문제는 올해 본격화됐다”고 말하자, 그는 “2008년 3월 확대 간부회의 때 실·국장들에게 행정구역 통합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총리실에서 조사했는데.

“지난 금요일(20일) 국무총리실에서 나와 자로 재어 보고 다 둘러봤는데 ‘호화스럽지도 않고 규정에 맞게 지었다’며 돌아갔다. 시장실이 초등학교 교실(68㎡) 4개보다 크다고 지적한 기사가 말썽이 됐다.”

-시장실 공간이 크지 않나.

“화장실도 못 쓰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시민 공간으로 제공할 생각은.

“청사 1∼3층에 문화강좌실, 열린도서관, 시민에게 개방하는 회의실 등 시민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청사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100만 시민이 어떻게 잘 이용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다.”

-시장실이 꼭대기 9층에 있다.

“30층 아파트에서 2~3층에 살면 매일 밟히고 사는 느낌이다. 그동안 낮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넓게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 달라.”

-신청사 건립 의미는.

“우리 가족(공무원)을 한자리에서 일하게 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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