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高 낙방생 임시입학후 전학으로 농촌高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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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2일 입학식을 치른 전북 진안군 M고 교 직원들은 3년 뒤 올 신입생 중 과연 몇명이나 제대로 졸업을 할지 걱정이 대단하다.

올해 신입생 49명 중 65%(32명)가 입학 당일 전주.서울 등으로 전학가겠다며 전학 배정원서에 학교장 도장을 받아갔기 때문이다. 8일 현재 이중 6명은 이미 전학했다.

학교측 사정도 답답하지만 전학을 가려는 학생들도 어정쩡한 상태에서 등교하고 있다. 이 학교 신입생 金모(17)군은 전주시내 고교로 전학하기 위해 입학식 당일 교육청에 전학 배정원서를 제출했지만 이미 30여명이 신청을 마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학 기회는 원서 접수순서에 따라 주어지기 때문에 언제 전학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8일까지 전주시교육청에 접수된 전학신청서는 남학생 39명, 여학생 16명 등 모두 55명.

교육청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서 전입을 신청한 학생은 9명뿐이고, 나머지 46명은 전주 인근인 진안.임실.정읍 등의 고교 재학생들" 이라고 밝혔다. 농어촌 지역 고교들이 도시의 고교 입시 낙방생들이 잠시 머무르는 '정거장' 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다.

마산.창원.진주지역 고교로 전학하기 위해 인근 농촌지역 고교생들이 전학 배정원서를 교육청에 제출한 것이 이달 들어서만 49명. '이중 상당수 학생은 입학때 학교측의 강요(□)로 '전학을 가지 않겠다' 는 각서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교육청이 올들어 창원.마산.진주 등 도시지역 교교의 학급당 인원수를 4~5명씩 줄여 농촌 학교 공동화현상은 예년보다 비교적 적은 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1979년 '비평준화 지역 신입생은 1년간 전학을 허용하지 않는다' 는 전입학 특별지침을 시행하면서 이같은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전북의 농촌지역 한 고교 교장은 "대부분의 시골 고교가 학생 부족에 따른 재정난 등으로 존폐위기에 있어 '입학후 전학 허용' 을 조건으로 신입생을 받는 경우까지 있다" 고 말했다.

장대석.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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