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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5일장 떴다 … 오늘 온양온천역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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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쪽파 한 단에 얼마예요.” “2000원. 갓 한 단 2000원, 총각무 한 단에 2000원, 무 한 다발(5개)도 2000원, 골라 봐유~” 구경하던 손님들이 사겠다고 나선다. “아줌마 쪽파주세요.” “저는 총각무요.” “무 한 다발 골라줘요.”

막과자(강냉이 같은 먹을 거리)를 파는 이영구(54)씨도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씨는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자꾸 과자를 퍼준다. “한번 먹어 봐유. 안 사도 좋아유.”

두 사람 모두 권곡5일장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상인들이다. 이들은 최근 온양온천역 풍물 5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를 옮기기 전까진 모두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지금은 옮기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19일 온양온천역에 풍물5일장이 서자 몰려든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몰려 북적댔다. 상인들은 “권곡동 5일장에 비해 수입이 낫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조영회 기자]

역사 아래 공간이 장터로 탈바꿈

권곡5일장이 지금의 온양온천역 하부공간으로 지난 9일 자리를 옮겼다. 벌써 3번째 장이 섰다. 출발은 순탄했다. 대부분 과거 보다 수입이 나아진 편이다. 일단은 성공적이다.

권곡동 5일장은 17년이나 된 전통 5일장이다. 600여 명의 상인들이 장이 서는 날이면 권곡동 번영로와 한전1, 2, 3길 일원으로 모였다. 주택가와 상가가 밀집돼 있는 지역 도로변에 5일마다 대규모 장이 서다 보니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도로변까지 차지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도심 한복판에 장이 서다보니 도시미관도 문제였다.

아산시는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신축한 온양온천역 하부 공간에 권곡장을 옮기기로 하고 상인들을 설득했다. 쉽지 않았다. 이미 권곡장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해 온 상인들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상인들 대다수가 온양온천역 풍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청 경제과 재래시장팀원들이 권곡장이 설 때 마다 찾아가 설득한지 1년 4개월 만이다.

600여 상인 “매출 10%정도 오른듯”

상인들의 동의를 얻어 권곡동 5일장을 온양온천역으로 옮기기로는 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600여 명이나 되는 상인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숙제였다. 시는 온양온천역 하부공간(3550㎡)을 8개 블록으로 나눠 품목별로 자리 배치했다. 특산품·농산물·수산물·화훼 등 품목별로 자리를 나누고 입점 상인들은 추첨을 통해 순서대로 자리를 내줬다.

주차장·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문제였다. 시는 온양온천역 주변에 모두 500여 대의 주차장을 확보했다. 화장실도 4곳을 마련했다. 수도시설(4곳)·조명·방송시설·조경 등 공공시설도 설치했다. 시내버스도 역 주변에 정차하도록 했다.

상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장사가 기대 이상이었다. 세 번째 장이 서면서 과거 권곡동 5일장을 찾던 고객들이 대부분 온양온천역 풍물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온양온천역을 이용하는 수도권 관광객까지 장 구경에 나서 상인들 평균 매출이 1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취사연료 사용 못해 먹거리 장터 애로”

성공을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상인들 대다수가 만족해하지만 매출이 크게 떨어진 곳도 있다. 먹거리 장터가 빈약한 것도 단점이다. 권곡동 5일장에 여전히 40여명의 상인들이 남아 장사를 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산시 김종구(53) 경제과 재래시장팀장은 “일부 품목 매출이 떨어진 것은 일시적 현상이다. 대다수 상인들의 수입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만큼 나아질 것이다. 전국 어딜 가도 제철 농산품을 이렇게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5일장은 없다. 역 하부공간에서는 불꽃연료를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 먹을 거리가 빈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변에 자연스럽게 먹거리 장터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수(53·추억의 국화빵) 풍물장 상인회장은 “권곡동 5일장에 남아있는 상인이 아직 있다. 지금이라도 자리를 옮기겠다는 상인들이 있다면 우선 자리를 배치해 줄 생각이다. 언젠가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산 재래시장 모두 살아나는 계기로

풍물5일장이 선 19일 옛 경찰서 건물에서는 전통시장의 날 축제가 열렸다. 시민문화센터 개관 기념식을 겸한 이날 축제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잔치였다. 아산시는 최근 4년동안 온양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다.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도로를 넓혔다. 주차장을 확보하고 간판을 정비했다. 이벤트 광장도 만들었다. 상인들 공동 판촉이벤트 행사를 열었고 상품권도 만들었다. 상인대학을 개설하고 전국에 잘된다는 재래시장도 견학했다.

최근 상설시장(먹을 거리 장터), 온양재래시장(옛 경찰서 골목), 온양온천재래시장(우림장 여관 골목), 온궁로 중심상가 등 4개 상권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상인회가 발족했다. 아산시와 상인들은 온양온천역 풍물 5일장과 더불어 온양전통시장을 전국 최고의 명품 재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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