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與견제론' 의식 목표석 낮춰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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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이 5일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1백석'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것 같다" 며 갑자기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지난 2일 광주에서 "1백30석대가 목표" 라고 한 지 3일 만이다.

김한길 총선기획단장은 "전국 2백27개 지역구 중 우리 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곳은 64곳에 불과하며, 경합지역이 68곳" 이라고 당의 판세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견제해야 할 대상은 유일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 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렇게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徐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그렇게 하다가는 역풍을 맞게 된다" 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분열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데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할까봐 조심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박빙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민주당 압승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반(反)DJ표가 결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김한길 단장은 "민국당의 거품이 빠지면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간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줄어들 것" 이라고 '힘든 선거' 임을 거듭 강조했다.

당 내부의 낙관론과 느슨해진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뜻도 있다.

당 관계자들은 "호남(29석)을 석권해도 수도권에서 60석 이상 얻지 못하면 선거결과는 패배로 나타날 것" 이라며 "따라서 수도권의 선거운동은 잠시라도 방심해선 안된다" 고 지적했다.

더구나 선거가 38일 남은 시점에서 어떤 악재(惡材)가 돌출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 으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래서 판세분석.목표의석 등을 발표하는 창구를 일원화하는 등 몸조심에 나섰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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