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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방정식, 휴식·취미·인간관계에 정답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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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호 35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행복할 때 경기가 잘 풀리고, 행복하니까 더욱 행복하게 되더라.”

어린 나이에 화려하게 등장했던 ‘골프 천재’ 미셸 위가 프로 입문 후 최근 어렵사리 첫 우승을 한 소감이다. 수년간 겪은 좌절과 시련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이 우승으로 등 뒤에 달라붙은 원숭이를 떼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행복’을 네 번씩이나 반복한 그 행복한 느낌, 짐작이 간다.

새벽에 아내와 같이 동네 산길을 걷는다. 다채로운 색깔로 가을을 상찬하던 나뭇잎이 최근 비바람에 거의 다 떨어졌다. 생소한 도심의 전경이 앙상한 가지 사이로 새롭게 다가온다. 환절기라 주변에서 부음이 잇따르고, 문상 가는 일 또한 잦다 보니 걸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반추하는 때가 많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에 있다. 오죽하면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제10조)고까지 선언했을까.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의 중대한 책무다.

행복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라고 돼 있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간구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다수의 사람이 행복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으로 항우울제 투여량이 급증하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소비량이 5년 전보다 52%나 늘었다. 행복을 위해 돈과 지위에 인생을 다 걸고 탈세나 횡령·뇌물 등 범죄에까지 발을 담그는 사람도 없지 않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과학적 연구에 의하면 행복감을 결정 짓는 가장 큰 요인은 유전적·생물학적 요인이라 한다. 즉 행복의 50% 정도는 선천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출생 직후 환경이 전혀 다른 가정에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했지만 행복감의 50% 이상이 일치했다. 가장 유명한 ‘짐(Jim) 형제의 사례’를 보자. 생후 4주 만에 각각 입양돼 39년 동안 생사를 모르다가 상봉했는데 얼굴과 체중·신장은 물론 성격·취향과 피우는 담배, 마시는 맥주의 종류까지 같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50%의 행복은 어떻게 결정될까? 행복감의 10~15%는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요인, 예컨대 사회·경제적 지위나 수입 등에 달렸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목을 매는 것들이다. 나머지 35~40%는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여가·취미 활동, 자기계발, 원만한 인간관계 등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과의 인간관계라고 한다.

미국의 저명 학자 아서 브룩스의 조사에 의하면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친구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보다, 자선과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 세속적인 사람보다 행복감을 훨씬 많이 느낀다고 한다. 소득 증가가 곧바로 행복을 증가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행복의 50%는 미리 결정된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돈과 권력은 10% 내외이고 나머지 40%는 휴식이나 취미, 건전한 인간관계에 좌우된다. 따라서 기껏 10%의 비중에 불과한 돈과 지위를 얻으려 다른 중요한 것을 희생하는 게 어리석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국민은 참 현명하다. 국민적 관심이 점차 휴가나 여행·운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여가생활 쪽으로 바뀌었다. 월급을 많이 받기보다 더 쉬게 해 달라는 요구도 늘어난다. 국경일과 공휴일을 늘리려는 여러 건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은 이런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공휴일이 다른 휴일과 겹칠 경우 다른 날을 휴일로 지정해 보충하는 대체휴일제, 수천만 국민이 동시에 이동하는 설과 추석 연휴를 4일 이상 보장하는 내용이다.

정부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획기적인 휴가문화 개선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공무원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연가 대신 돈으로 보상해 주던 것을 없애고 직원들의 연가 사용 실적을 부서장 성과 평가에까지 반영한단다. 공휴일 제도 개선 방안도 곧 마련할 방침이다. 이로써 6000억원 넘는 연가 보상 예산을 절약하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된다면 국가적으로 반가운 일이다. 휴가다운 휴가는 언감생심이던 내게도 반갑기 짝이 없는 행복한 소식이다.

하지만 내년에 휴가를 가게 될 때쯤 또 이런 생각이 들겠지.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사람들이 보면 욕하지 않을까? 나는 포기하고 직원들이나 쉬게 해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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