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기업] 대륭정밀 '위성방송 수신기' 외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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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륭정밀은 위성방송 수신기(SVR)로 세계시장을 제패한 알짜배기 중견업체다.

1989년 이래 국내외 50여개 경쟁업체에 단 한번도 25%에 이르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생산제품의 99%는 미국과 독일에 수출한다. 미국에는 제너럴 인스투르먼트(GI)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공급하고 유럽에는 자체 브랜드인 라딕스로 내보낸다.

대륭정밀은 무엇보다 기술을 중시한다. 2백20여명의 본사 직원 가운데 80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80년대 후반 임금상승으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91년부터 필리핀과 아일랜드에 공장을 이전해 생산비용을 낮췄다.

이 회사는 1백일마다 생산모델을 몽땅 바꾼다. SVR 시장은 제품 사이클이 3개월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당 50~80달러인 아날로그형 SVR 생산물량을 줄이고, 대당 1백~1백50달러인 고부가가치 디지털 SVR 제품을 생산하는 쪽으로 바꿔 디지털 방송시대를 겨냥한 준비도 마쳤다.

대륭정밀은 고주파기술을 이용한 사업다각화도 시도해 차량 속도경보기(일명 레이더 디텍터)와 유럽형 휴대폰을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만들었다.

속도경보기는 경찰의 스피드 건에서 발사되는 전파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것으로, 지난해 미국 시장에 1천5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해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유럽형 디지털 전화기(DECT)는 지난해 3천만달러 어치를 독일 시장에 공급한데 이어 올해는 6천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하병철 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디지털 위성방송 시대가 열렸고 한국도 통합방송법 시행으로 위성방송이 내년에 시작될 것이므로 SVR의 시장 전망이 밝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륭정밀은 아직 SVR 분야에서 OEM 생산비중이 높아 자체 브랜드인 라딕스로 세계 시장에 얼마나 진출하느냐가 과제다.

대륭정밀은 한국에 처음으로 반도체를 선보인 벤처기업의 선구자 이훈씨가 82년 창립했다.

李씨는 96년 나이가 50대 중반에 이르자 벤처성 사업을 하기 힘들다며 친구가 경영하는 아시아시멘트에 회사를 넘겼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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