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아프간 파병 규모 좀 더 확대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7면

그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지방재건팀(PRT)을 보내기로 한 한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PRT를 보호할 병력 파병 추진에 대한 국회 동의 과정에선 격렬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프가니스탄의 상당수 지역은 탈레반 세력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파키스탄 정부군과 탈레반이 교전하는 등 불안정한 정세다. 탈레반이 중앙아시아 지역과 페르시아만을 장악하게 되면 자원확보와 해상교통로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국력신장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날로 활동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한국도 이러한 위급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아프간 파병 반대파는 미국에 끌려가는 명분 없는 전쟁과 ‘제국의 무덤’으로 패전할 수밖에 없는 전쟁에 왜 우리의 장병들을 보내야 하는가를 비판한다. 특히 탈레반의 공격으로 인한 파병 병력의 안전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

아프간 전쟁은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국제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전쟁이다. 국제안보질서를 위협하는 탈레반 세력을 소탕하는 연합군의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를 비롯해 42개국 7만1000여 명이 참전하고 있어 19세기 말 영국과 1980년대 소련 단독의 제국주의 침공과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1·21사태, 푸에블로호 피랍 등으로 오늘의 안보상황 못지않은 위기상황에서도 베트남전에 2개 전투사단을 파병한 적이 있다.

파병하더라도 급조폭발물 등의 위협으로 인한 우리의 파견요원 안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새로 개발된 K-11 복합형 소총, 장갑차, 기동헬기 등으로 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130∼150명의 재건팀과 300명 규모의 경호 병력은 규모와 임무 면에서 재검토가 요구된다. 완벽한 경호 경비에 취약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희생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4만여 명의 추가 파병을 고려하고 있고, 상당수 국가들이 추가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이 한국 방어에 기여하고 있는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300명 파병은 소극적인 지원에 그칠 수 있다. 최초 3600명을 파병했던 자이툰 부대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보듯이 경비임무는 물론 의료지원과 기술전수, 재건, 경찰과 군 훈련 등을 위해 최소한 여단급 규모를 파병했을 때 실질적인 재건작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국력과 국가 위상, 가용 능력을 감안할 때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를 소탕하는 국제전쟁에 동참하는 것은 기본적 책무다. 또한 우리 군의 실전경험은 물론 나토 국가들과 협력체제를 구축할 때 한반도 유사시 국제사회의 참여를 담보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인프라 재건사업이 진행될 때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13대 경제강국 건설과 정치발전을 동시에 달성해 제3세계의 국가발전전략 모델국이 된 한국은 국제사회에 진 빚을 갚고 분쟁과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게 비전과 소망을 주기 위해서도 전 국민적인 환영 속에 아프간 파병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정경영 가톨릭대 교수·안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