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지하철 환승주차장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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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환승주차장을 주변 할인점에서 주차요금을 대납해주면서 자사 주차장처럼 쓰고 있어 환승 운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어요." "환승 주차장마다 장애인을 위한 전용주차공간은 마련돼 있으나 여성운전자들을 배려한 곳은 없어요. 또 화장실이나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확충해 주었으면 합니다."

자가용 이용의 자제를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만든 지하철과 전철의 환승주차장. 그러나 본사 주부통신원들이 지난달 25~28일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환승주차장을 돌아본 결과 일부 주차장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직원들의 서비스나 시설관리는 크게 나무랄 것이 없었으나 일부에서 본래의 취지와는 벗어난 운영과 관리 부실을 드러낸 것. 천호역 환승주차장을 다녀온 정옥선통신원은 "주변 할인점에서 5만원어치 이상 구입한 손님들에게 2시간까지 주차요금을 내주고 있어 마치 할인점 주차장처럼 느껴졌다" 며 "특히 세일기간에는 할인점 고객들로 차량이 밀려 무척 불편하다는 이용자들의 볼멘 소리도 있었다" 고 전했다.

이정아 통신원은 "창동역의 경우엔 주차공간이 너무 좁게 나뉘어 중형차는 문을 여닫기 불편했으며 특히 창동역으로 나가는 출구가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아 화단을 넘어나가는 차량이 많았다" 고 지적했다.

잠실역 주차장 입구에는 현재 수용가능한 차량 대수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작동하지 않았고(조인경 통신원), 목동 오목교역 가까이에 있는 환승주차장에는 군데군데 공사용 목재가 쌓여있어 이용자를 불편하게 했다. (문경 통신원)

신도시 분당에 있는 초림역은 5백여대의 주차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이용자들이 거의 없어 국고낭비란 지적을 받았다. 배은희 통신원은 "분당에 있는 다른 환승주차장도 대부분 텅텅 비어 있었다" 며 "이용률이 떨어지는 주차장은 지역주민을 위한 다른 편의시설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일산 정발산역에 임시로 마련된 환승주차장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울퉁불퉁한 자갈길에 주차선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특히 출입구가 따로 분리되지 않아 사고위험이 높았다. 임행옥 통신원은 "1년 넘게 현재의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며 "빠른 시일안에 제대로 된 주차장으로 만들어 줄 것" 을 요구했다.

환승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민의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수서역을 돌아본 권순자 통신원은 "일부 운전자가 주차장 바닥에 차안의 재털이를 몰래 털어 버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며 "이런 몰지각한 행위는 스스로 삼가해야 하겠지만 대형 쓰레기통을 곳곳에 설치해두면 막을 수 있을 것" 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조전순 통신원은 "환승주차장마다 화장실을 늘리고 음료 자동판매기 등 편의시설도 설치해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환승주차장의 주차요금은 지하철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었다. 한달 정기권의 경우 3만~5만원이나 환승목적이 아닌 주민들 주차는 월 1만~2만5천원을 더 받고 있었다. 일시 주차료는 초기 30분에 3백~6백원, 10분 초과할 때마다 1백~2백원을 추가했다.

장애인 차량과 경승용차는 따로 혜택을 주고 있었다. 3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이후 주차비도 80%를 할인해주었다. 월 정기주차비도 1만~1만8천원에 불과했다.

임수경·김남희·김혜영 통신원들은 "환승주차장의 시설이 서울시내 값비싼 사설주차장이나 백화점주차장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 라고 입을 모으며 자신들도 종종 이용할 뜻을 비췄다.

정리〓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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