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더, 자유당 당수직 사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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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르크 하이더 오스트리아 자유당 당수의 당수직 사퇴는 그동안 국제사회가 오스트리아 연정에 가한 유무형의 압력이 먹혀든 결과로 볼 수 있다.

극우 자유당이 참여한 연정이 지난달 4일 출범하자 유럽연합(EU)과 미국.이스라엘 등이 이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때문에 오스트리아는 그동안 쌓아온 국가 이미지에 상당한 손상을 받았으며 자칫 국제사회에서 고립될지도 모를 심각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하이더가 카린티아주 지사직만 유지하고 당수직에서 물러나 정치 2선으로 후퇴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국제적 비난을 무마하고 동시에 오랜 군소정당 생활을 마감하고 어렵사리 이뤄놓은 집권여당의 위치를 어떻게든 지켜보자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이더가 당 간부회의를 마친 뒤 당수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연립 정부의 앞날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 고 강조한 것은 이같은 그의 의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하이더는 "당수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당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싶다" 고 말해 중앙정계에서 완전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게다가 그가 차기 당수로 지명한 주자네 리스파서가 그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동지이자 개인적인 친구다.

따라서 하이더는 일단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자 명목상으로만 당수직에서 물러났을 뿐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막후에서 집권연정을 이끌어가는 중추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더의 당수직 사퇴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환영의사를 표시하면서도 그의 사퇴가 오스트리아 연정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게 하지는 못한다는 사족을 붙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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