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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와히드 대통령, 군부개혁 칼 빼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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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위란토 정치.안보 조정장관의 제거에 성공한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본격적인 군부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위란토파 제거를 노린 군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인권탄압의 상징이었던 육군 특수부대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군 인사〓군부는 지난달 28일 74명의 고위 지휘관과 참모에 대한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위란토파의 몰락과 개혁파의 득세로 특징지워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역대 군부 실세들의 출세코스이자 정예부대 지휘권을 갖고 있는 핵심 보직인 전략예비사령부(코스트라드) 사령관의 교체. 와히드는 위란토 측근이자 강경파였던 자자 수파르만 사령관(중장)을 사관학교 교장으로 내보내고, 개혁파인 아구스 위라하디쿠스마 소장을 앉혔다.

이밖에도 수아이디 마라사베시 전 육군사령관(중장)등 요직에서 밀려난 대부분의 인사가 위란토 측근이거나 개혁비판 세력인데 비해 인드리아르토 수타르토 신임 육군 부사령관(중장) 등 와히드 지지 인사들은 중용됐다.

◇ 육군 특수부대 감축〓과거 인권탄압의 상징이었던 육군 특수부대의 규모가 90% 가까이 감축될 예정이라고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군부 소식통의 말을 빌려 최근 보도했다.

군은 현재 약 6천명인 특수부대원수를 7백~1천명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조만간 실행에 옮긴다는 것.

특수부대는 반체제 인사들의 암살 등으로 악명을 떨쳐왔으며, 수하르토 전 대통령 퇴진 이후에는 동티모르를 비롯한 각 지역에서 폭동과 소요를 조종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 의미와 비판〓와히드의 군부 개혁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학자 누사 바크티는 이번 인사를 "와히드 개혁 노선의 승리" 로 평가했다.

위도도 아디수칩도 군 총사령관도 지난달 24일 "2004년 총선부터 국민협의회(MPR)군부 할당 의석을 모두 반납하겠다" 고 발표, 군사정치 청산이라는 국민 열망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와히드가 국민의 지지를 이용해 제도개혁보다 군부내 자기 사람 심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초 와히드와 위란토의 알력이 한창일 때 위란토의 사임을 공개 촉구했던 아구스 소장의 전략예비사령관 기용은 이번 인사의 또 다른 '정치성' 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대학의 국제관계 전문가 쿠스난토 앙고로 교수는 "이번 인사에서 보여진 것은 시민정치의 지배가 아니라 와히드 개인의 지배" 라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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