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옥의 소리' 음향대포, 소말리아 해적에 '쥐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스트리트 저널 온라인판은 19일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던 미국의 화물선 알라바마호가 '음향대포'를 이용해 해적을 퇴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유탄발사기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해적들은 총을 쏘며 화물선에 270미터까지 접근했다. 이때 화물선에 있던 안전요원들이 해적들을 향해 음향대포를 발사했다. 화물선 선장은 미 해군과의 전화통화에서 "선원들은 무사하며 해적들은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리에 혼비백산해 도망갔다"고 말했다.

이날 사용된 '음향대포'는 귓청을 찢는 듯한 고파장의 굉음을 발사해 순간적으로 청각을 마비시키고 시야를 흐리게 하는 비 살상무기다. 음향대포는 '지옥의 소리'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맞으면 너무 고통스러워서 온몸이 마비되다시피 한다. 음향대포의 유효거리는 300m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발사하면 고막이 찢어지거나 대동맥류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음향대포로 소말리아 해적을 격퇴한 전례는 또 있다. 지난 2005년 11월 5일 소말리아 해적들이 미국의 호화유람선 시본 스피릿호를 공격했다. 7m길이의 보트에 나눠탄 해적들이 기관총과 유탄발사기를 쏘며 유람선으로 접근했다. 이때 유람선에서 '음향대포'를 쏘아 해적들을 격퇴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해적들이 너무 가까이서 음향대포를 맞아 고막이 찢어졌을 것' 이라고 보도했다.

음향대포는 미국의 아메리칸 테크놀로지 사가 2003년 개발한 '엘라드(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로 직경 83cm의 위성접시 모양으로 무게는 20k이다. 엘라드에는 26개국의 언어로 '손들어' 등 백여가지가 넘는 경고 메시지도 녹음돼 있다. 미군은 대당 가격이 3만달러에 이르는 이 음향대포 300여대를 구입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시위진압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미 경찰과 해안경비대도 이 음향대포를 운용하고 있다.
음향대포는 적이 귀마개를 착용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반사판을 이용할 경우 쏘는 쪽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약점이 있다. 또 도심을 비롯해 인구밀집지역에서 시위진압에 사용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수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월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미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음향대포를 발사해 과잉진압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주기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