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최신작 서울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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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달부터 세계 현대미술의 본거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갖고 있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68)의 신작 3점이 서울로 왔다.

3월 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새 천년의 지평' 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절정의 꽃동산' '금강에 살어리랏다-호랑이는 살아있다' '전자 달' 등이 그것. 기획자 도형태씨는 "구겐하임전 준비로 바쁜데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한 데도 고국의 팬들을 위해 선보이는 신작" 이라고 소개했다.

지하 전시장 한쪽을 가득 메운 '절정의 꽃동산' 은 화려한 꽃더미(조화)속에 30대의 TV 모니터를 설치했다. 크기가 각각 다른 모니터에는 과거에 발표했던 작품인 '글로벌 그루브(Global Groove)' 가 나온다. 현란한 이미지 속에 자연의 상징인 꽃과 문명의 상징인 TV가 충돌한다.

'…호랑이는 살아있다' 는 2000년 1월1일 0시 임진각에서 개최됐던 '새 천년 통일기원제-DMZ 2000' 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응용한 것이다. 그때는 비파와 거문고 모양의 TV 조각과 비디오 영상물이었지만 이번에는 LCD 모니터와 유리판, 그리고 DVD다.

호랑이를 소재로 한국인의 거침없는 기상과 통일의 염원을 담은 영상물의 내용은 같다. 모니터 모양을 한 유리 프레임에 유화물감으로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렸다. 1996년dp 만든 것을 재제작한 '전자 달' 은 영사기가 빚어내는 달과 새들의 움직임이 묘한 시적 여운을 던져준다. 그림자를 이용해 동물 모양을 만들어내는 어린이 놀이를 응용한 듯 하다.

이 전시에는 이밖에 이 곳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김창열·박서보·서세옥·윤형근·이우환·정창섭·하종현·신성희·이상남·장승택·정상화 등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02-734-6111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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