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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놀란 수학계 … “필즈상 나올 것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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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수홍(16·가운데)군이 서울대 자연대 수리과학부 학생 휴게실에서 같은 학부 선배들과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박종근 기자]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가 한국에서도 나올 것 같아 기대된다.”(김도한 대한수학회장)

“잘 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인재다.”(영동대 수학과 이승훈 교수)

열여섯 살 수학 천재가 또 한 번 수학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말 서울대 최연소 합격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수홍(서울대 수리과학부 1학년)군. 이번에는 형들을 제치고 지난달 열린 ‘전국 대학생 수학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전국의 수학 전공자 262명이 기량을 겨룬 1분야에서 최고 성적을 낸 것이다. 역대 최연소 수상이다.

수학계는 이군의 학습 능력에 놀라고 있다. 이군은 대학 진학 후 영재교육원 등의 교육 없이 혼자 공부하고 있다. 대학 교수들로부터 특별 지도를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3, 4학년 학생보다 우수한 성적을 낸 것. 이승훈 교수는 이군의 독특한 학습 전략에서 비결을 찾는다. 이군은 단계별로 수학을 공부하지 않는다. 공부하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을 찾거나 인터넷 서핑을 통해 해소한다. 소수를 공부하다 소인수분해 방법의 기초가 되는 현대 대수학을 공부하는 식이다. 이군은 “요즘은 선형대수학이 너무 신기해 푹 빠져 있다”며 “문제의 본질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군의 1학기 성적은 4.06점(4.3만점). 대학국어(A-)를 빼면 모든 과목이 A0 이상이다. 공부만 한 것도 아니다. 세 곳의 음악 동아리에 가입했다. 좋아하는 피아노를 더 배우기 위해 피아노 동아리와 작곡 동아리에 들었다. 과 밴드에선 드럼을 치고 있다. “지능지수와 감성지수가 고루 발달한 전인적 인재”(서울대 수리과학부 김명환 교수)라는 찬사도 듣는다.

수학계는 이군이 김연아·박태환 같은 스타로 자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필즈상을 수상한 중국계 호주인 수학 천재 테렌스 타오(34·UCLA 수학과 교수)에 빗대기도 한다. 타오와 이군 모두 15세 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을 따 최연소 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김도한 회장은 “국내 피겨스케이팅이 김연아로 인해 한 단계 성장했듯, 이군으로 인해 국내 수학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필즈상(Fields Medal)=국제수학연합이 4년에 한 번씩 수학의 새 분야를 개척한 2~4명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국제상.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캐나다 수학자 필즈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고 있다. 만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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