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3000억원 청사에 3억원 개청식 한 성남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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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경기도 성남시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3000억원이 넘게 쏟아부은 초호화판 신청사를 지어 ‘성남궁(城南宮)’이란 비판을 자초하더니 그에 걸맞은 집들이 행사가 필요했던지 3억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 어제 개청식을 벌였다. 가수·개그맨 등 연예인이 동원됐고 2000만원짜리 불꽃놀이까지 곁들여진 호화 축제였다.

우리는 성남시 새 청사가 문을 열었을 때, 명품도시란 시민 세금으로 청사 건물을 치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세금이 주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적재적소에 쓰일 때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 지적했었다. 그리고 온갖 비판 여론과 일부 지방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호화 청사 계획을 밀어붙인 성남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지만 기왕에 지어진 건물이니 그 화려함에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시정(市政)을 펼쳐가길 당부했었다.

그럼에도 여론의 비판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순한 입주 행사를 위해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낭비하니 기가 막히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성남궁주’ 이대엽 시장의 치적 자축연(自祝宴)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8000여 명의 시민을 초청했다고는 하나 참석했던 상당수 시민이 초호화판 청사와 개청식에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차며 돌아가 불꽃놀이를 할 때는 많은 관객석이 비어 썰렁했던 것이 그것을 웅변한다. 그 시민들이 스텔스기 모양의 웅장한 새 청사에 문화센터나 보건소 등 시민을 위한 시설은 없고, 펜트하우스 시장실에다 시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갖췄다는 사실을 알면 성남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꿈과 행복이 가득한 최고 도시’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그처럼 ‘주인을 외면한 청사 건물’과 ‘주인이 빠진 집들이’가 곧 이 시장이 설명하는 “50~100년 앞을 내다본 계획”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남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유권자들에게 화려한 성남시청 건물이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성남시 외에 전국 40여 개 지자체에서 청사 신축을 추진하고 있고 그중 22개 지자체가 이를 위해 3200억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했다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