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 안된다" 어린이 100여명 행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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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새만금 갯벌이 없어지면 칠게.공게.저어새.알락꼬리마도요새 등이 사라진대요. 엄마.아빠들도 우리의 놀이터이자 고향인 새만금을 지키는 일에 동참해 주세요. "

전국의 어린이.청소년 1백여명이 전북 부안군 일대 새만금 간척사업이 미래세대의 환경권을 침해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낸다.

국내 첫 '미래세대 소송' 으로 기록될 소송은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청구될 예정이다. 미래에 이 땅에서 살 어린이들이 건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할 환경권을 확보하고 갯벌에 살고 있는 수만종의 생물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원고가 될 어린이들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대표 강문규) 및 생명회의(공동대표 박오순.전재경)에서 청소년회원으로 활약해온 서울.부산.광명.성남.광주.대전.과천 등 전국 각지의 어린이 80여명과 새만금호 주변의 전북 김제.부안.군산지역 어린이 20여명,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가한 청소년 등으로 구성됐다.

생명회의 대표 박오순 변호사는 "적격심사 결과 어린이들에게 소송인 자격이 없으면 부모들이 후원인으로서 소송을 대리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기하는 소송의 첫째 사유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환경권(35조)이 침해된다는 것. 또 미래세대를 고려해 자연을 이용해야 한다는 자연환경보전법과 국제환경협약상의 세대간 책임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하는 김봉식(16.경기도 부천 부명중3)군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새만금 갯벌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며 "미래의 주인으로서 충분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해 미래소송에 동참하게 됐다" 고 말했다.

지난해 부모와 함께 새만금호를 두번 다녀왔다는 차윤진(5.서울 종로구 원서동)양은 "갯벌에 사는 새와 조개 등이 너무 예뻤다" 며 "우리의 놀이터인 갯벌을 살려달라" 고 요청했다.

車양의 어머니 김재남(28)씨는 "갯벌이 없어진다는 말에 윤진이가 너무 실망했다" 며 "장차 자신들이 살아갈 환경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라고 생각해 소송에 참여시켰다" 고 밝혔다.

김동윤(8.부산 사동초교2)군은 "새만금 갯벌에는 20만종의 철새와 3백70종의 조개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배웠다" 며 "우리에게 깨끗한 공기와 풍부한 자원을 선물하는 새만금 갯벌을 부수는 것은 나쁘다" 고 어른들을 질책했다.

녹색연합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greenkorea.org)를 통해 원고로 참여할 더많은 어린이들을 모집 중이다.

문경란.김기찬 기자

◇ 새만금간척사업〓전북 군산과 부안을 세계 최장의 방조제(33㎞)로 연결, 1억2천여만평의 간척지를 만들어내는 대규모 사업이다.

1991년 국책사업으로 착공돼 2003년까지 물막이공사를 끝내고 2011년부터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방조제 총 길이의 58%인 19.1㎞가 완성됐다.

'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98년부터 생태계 현장조사와 청소년 생태기행.갯벌탐사 등의 활동을 통해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 인 새만금의 간척을 중지토록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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