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예비후보자 4색 이념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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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선거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게 각당 대선 예비후보들간에 벌이는 이념논쟁이다. 공화.민주당간의 색깔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당내에서도 예비후보마다 사안들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다.

주자들은 "논리가 왔다 갔다 한다" 는 비난을 듣지 않으면서도 표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려고 계산이 복잡하다.

게다가 자기 당내에서 후보지명을 받는데 유리한 지지계층과 본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지지를 얻어야 할 계층은 다르다. 너무 한쪽으로 가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도 나중에 전체 유권자를 포용하는 데는 부담이 되는 것이다.

◇ 공화당〓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전통적인 공화당 보수노선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개혁파 중도노선을 내세우고 있다.

부시도 처음에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으나 매케인이 중도노선을 표방하자 완전 보수쪽으로 진로를 바꿨다.

낙태문제에 대해 부시는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방해 엉거주춤한 태도를 보인 매케인보다 보수 유권자들의 Ⅸ?많이 얻었다.

부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인종간 데이트도 금지하는 극보수 성향의 밥 존스대학도 방문해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최근엔 "너무 한쪽으로만 간다" 는 비난여론이 대두되는 바람에 역효과를 보고 있다.

공화당 기간조직의 지지면에서 애초에 부시와 상대가 안되던 매케인은 처음부터 '포용적 중도주의' 를 표방했다.

매케인은 "레이건 대통령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무소속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며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뺏어 오려면 클린턴식의 중도노선을 선점해야 한다" 고 호소하고 있다.

◇ 민주당〓앨 고어 부통령이 중도적 진보주의,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이 급진 진보노선이다. 1996년 대선 때 클린턴과 고어는 공화당의 논리 일부를 차용한 중도노선으로 공화당 기존 논리에만 매달렸던 도울 후보에게 대승했다.

고어 부통령은 이번에도 민주당 기간조직인 노조와 흑인계층의 지지를 발판으로 '책임있는 복지정책' 을 앞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브래들리는 "고어의 정책은 공화당의 보수주의와 맥을 같이 한다" 며 "이번 만큼은 보수 민주당원이 아닌 진짜 민주당원을 뽑아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인다.

브래들리는 "경제호황의 과실을 나누기 위한 과감한 복지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며 가난한 계층에 다가서고 있다.

하지만 승리를 예견하는 고어는 본선을 염두에 둔듯 현재의 중도노선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그럴수록 브래들리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강경노선을 앞세워 정통 민주당원의 정서에 호소중이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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