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위기' 강화로 평생 면역을 키워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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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하나가 ‘면역력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다. 신종플루 확산으로 인해 엄마들 사이에서도 면역력이 화두다. 주변에 신종플루 걸리는 아이들은 늘어나는데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만도 없는 노릇이니, 바이러스를 만나도 걸리지 않거나 쉽게 이겨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병을 미리 예방하는 힘 ‘면역력’
면역력이 좋다는 것은 곧 튼튼하다는 것이다. 18세기에 저술된 한의학 서적인 『면역류방(免疫類方)』에 따르면 면역(免疫)은 ‘역병(疫病)의 위해(危害) 작용을 제지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면역이란 역병 외에 일반 질환까지 포함하는 말이다. 또한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는 ‘불치이병치미병(不治已病治未病)’이라 하여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지 말고 병들기 전에 치료하라’고 했다. 병들기 전에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그것이 곧 한방에서 이르고 있는 면역력인 것이다.

면역력의 근간은 ‘위기’와 ‘정기’
면역력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우리 몸 안에서 면역력과 관련되어 있는 기운은 위기(衛氣)와 정기(精氣). 국가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힘을 경제력과 군사력이라고 한다면 위기는 군사력, 정기는 경제력에 비유할 수 있다.

위기란 뜻 그대로 외부의 침입을 방어하는 기운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면역력’과 같다. 그런데 위기는 정기로부터 나오는데, 오장육부가 튼튼하면 좋은 정기를 만들 수 있고 위기 또한 튼튼해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위기와 정기라는 두 기운은 서로 조화를 이뤄서 상호 조절이 잘 되어야 한다. 경제력은 미약한데 군사력만 강하다면 군대가 지배하는 어두운 사회가 되고, 경제력만 강하다면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는 나약한 나라가 되는 것처럼 우리 몸이 건강해지려면 그 근간을 이루는 위기와 정기가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

면역력과 오장육부 건강과의 상관관계
좋은 정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우선되는 것이 오장육부의 건강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정기는 오장육부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므로, 오장육부의 기능이 활발할수록 좋은 정기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정기와 오장육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우선 밥 짓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밥을 지으려면 적당한 불과 물, 그리고 좋은 밥솥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를 잘 이룰수록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밥솥이 좋고 물도 적당하지만 불이 시원찮거나, 물과 불은 적절한데 밥솥이 좋지 않거나, 밥은 다 되었는데 마지막에 뜸 들이는 게 충분치 않다면 맛있는 밥을 기대할 수 없다.

정기도 마찬가지다. 정기를 만들어내는 오장의 기운이 시원치 않으면 좋은 정기를 만들어낼 수 없다. 밥을 우리 몸의 정기라고 한다면, 밥솥은 인체의 기를 쥐락펴락하는 폐장의 기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또, 물은 인체의 진액(수분)을 담당하는 신장의 기능, 불은 음식의 소화 흡수를 담당하는 비위장과 혈액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정기가 부족한 아이들은 폐장의 기능이 불량하거나 신장, 비위장, 심장의 기능이 허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가 흔히 하는 말처럼 ‘잔병치레’가 잦은 아이들이 된다. 결국 아이의 면역력은 단순히 어느 한 장기의 건강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오장육부 바로잡아 평생 면역을 키워주세요
그러므로 아이의 오장육부 중 어느 한 곳에 이상이 있다면 가급적 빨리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정기를 만들고 위기도 튼튼해져 면역을 키울 수 있다. 이와 함께 신선한 공기를 맘껏 마시게 하고, 좋은 먹거리를 듬뿍 챙겨주어 좋은 정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좋은 정기가 만들어지면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 공포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신종플루’도 이겨낼 수 있다. 앞으로 생겨날 무수히 많은 바이러스에 대처할 힘도 생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고, 걸리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도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 가정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날씨가 추운 요즘 일어나마자 찬 기운에 노출되지 않도록 따뜻하게 10분 정도 안아주자. 호흡기 면역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정서적인 안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가 먹을 음식은 이왕이면 유기농 음식으로, 엄마가 직접 요리한 먹거리를 챙겨 먹이는 것이 좋다. ‘인생의 기초 공사는 6세 이전에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부터 취약한 부위를 찾아 바로잡고 강화시킨다면 아이의 평생 건강을 위한 보증수표의 한 면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강남함소아한의원 김정열 대표원장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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