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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도 구조조정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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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 케네디 우주센터 내 우주왕복선 정비동에서 NASA 기술자가 내년 2월 발사할 인데버호 조종석 바닥에 붙인 내연 타일을 점검하고 있다. [케네디 우주센터=정경민 특파원]

17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자리 잡은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 내 우주왕복선 정비동. 129번째 우주왕복선 발사 후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곳에선 이미 내년 2월 130번째 발사에 투입할 인데버호 정비작업이 한창이었다. 안내를 맡은 엔지니어 브라이언 르반은 “인데버호에 화물을 적재하는 단계로 보낼 날짜가 25일밖에 남지 않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왕복선 정비에 가장 중요한 공정은 바닥에 붙인 내연 타일을 검사하는 과정이다. 바늘구멍만 한 틈만 놓쳐도 우주왕복선이 지구 대기로 진입할 때 치명적인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르반은 “타일 검사는 특수 플래시를 이용해 육안으로 한다”며 “이곳의 숙련된 기술자는 어떤 기계보다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인데버호 이후엔 작업이 더 밀린다. 내년 3월 디스커버리호, 5월 애틀랜티스호, 7월 인데버호, 9월 디스커버리호로 발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년 9월 우주왕복선 일제 퇴역에 앞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그러나 내년 9월 이후엔 이곳 기술자도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타일 전문가 패트릭 애킨스는 “타일 기술자는 차세대 유인 우주선 개발에 투입되겠지만 나머지 인력과 장비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블록 건너 인데버호로 운반할 부품·장비를 준비하고 있는 건물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다. 엔지니어 에릭 홀버트는 “우주왕복선이 퇴역하고 나면 현재 시설은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철거작업이 시작된다”며 “덩치 큰 부품·장비는 내년 2월 인데버호에 다 실어 보내야 해 바쁘다”고 설명했다.

NASA는 우주왕복선 퇴역으로 당장 7000명 안팎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왕복선을 위해 만든 시설·장비도 철거하거나 외국으로 이전해야 한다. NASA는 대신 케네디 우주센터를 차세대 우주계획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 프로젝트에 맞춰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컨스털레이션은 달에 우주기지를 세운 뒤 화성을 비롯한 태양계 행성에 인간을 보내는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선 우주정거장을 왕래하는 로켓보다 훨씬 멀리 갈 수 있는 발사체가 필요하다. 달·화성의 혹독한 환경을 견뎌낼 유인 우주선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컨스털레이션은 시작부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달·화성 유인 탐사에는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다. 금융위기 극복에 건강보험 개혁까지 추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카드다. 게다가 달·화성에 인간을 보내는 프로젝트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우주왕복선 퇴역을 늦추기도 어렵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둘 다 놓칠 수 있다. 30년간 NASA에서 근무한 그레고리 헤일은 “우주왕복선과 컨스털레이션 프로젝트 간에는 3~4년의 공백이 불가피해 NASA로선 시련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기술자를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가 NASA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케네디 우주센터(케이프 커내버럴)=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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