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안혜리 기자에게] ‘저출산 대책’ 박희양씨의 아이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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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저출산에 대해 할 말 많습니다.”

11월 17일자 16면의 ‘정부, 여성 생각 바꿔 출산율 높인다는데 다른 묘안 없나요’라는 질문에 많은 분이 e-메일과 댓글로 의견을 보내 주셨습니다. 영어교육전문기업에서 일하는 박희양(36·사진)씨는 ‘할 말 많다’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박씨는 14개월 된 딸 하나를 둔 워킹맘으로, 수퍼우먼을 기대하는 사회 분위기와 한국 아빠들의 늦은 귀가가 출산 기피의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아빠가 육아를 돕기 위해 정시 퇴근할라치면 주변에서 ‘애 혼자 키우느냐’고 수근대기 일쑤다. 아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안 바뀌는데 돈 몇 푼 쥐여준다고 (여성들의) 가치관이 바뀌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자신의 경험도 소개했습니다. 박씨는 출산 직후 회사의 배려로 1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답니다. 팀장에서 과장으로, 월급도 종전의 70~8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 고맙게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네요. 다시 말해 직장이, 사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얘기죠.

‘하나는 외롭습니다’는 정부의 저출산 캠페인 캐치프레이즈가 워킹맘의 죄의식을 부추긴다는 내용에 공감하는 워킹맘이 많았습니다. 특히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불임맘’들은 불편한 마음을 전해 왔습니다. 정창희씨는 “기사를 보며 엉엉 울었다. 아이에게 동생을 갖게 해 주고 싶어 노력했으나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형제끼리 노는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보내 왔습니다. 이수진씨도 “시험관 시술 일곱 번 만에 애를 낳았다. 정부 저출산 캠페인 캐치프레이즈를 ‘하나는 외롭습니다’가 아니라 ‘하나라도 낳고 싶습니다’로 바꿔야 한다”고 제시하셨습니다. 미혼여성인 심보희씨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결정짓는 주요 자리가 아마 다 남성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라며 “캐치프레이즈 문구는 ‘엄마는 괴롭습니다’가 맞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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