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숯으로 다이아몬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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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화를 보면 작은 난쟁이들이 인간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또 초미니 잠수정과 같은 물체가 사람의 혈관 속으로 들어가 각종 질병을 치료한다는 공상 과학영화도 있다.

미래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더 이상 동화나 공상 속의 세계에만 남아 있지 않을 것같다.

바로 '나노(Nano)과학' 때문이다.

나노란 '난쟁이' 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온 말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1m다.

곧 분자나 원자수준의 세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극미(極微)의 세계를 제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나노 과학은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종래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의 과학기술을 선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숯을 이루는 탄소원자의 배열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숯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원하는 물성(物性)을 지닌 신소재나 신물질도 만들어낼 수 있어 가위 현대판 연금술이라 할 만하다.

이 과학기술은 전기.전자나 컴퓨터공학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올게 확실하다.

최근 특성이 어느 정도 밝혀진 탄소 나노튜브는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수만배 이상의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는 꿈의 반도체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전 미국 IBM사 연구소가 원자를 이용한 전자회로의 실험제작에 성공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앞으로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지닌 신용카드만한 컴퓨터가 나올지도 모른다.

생명과학.의료분야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지닌 초소형 로봇이 인체에 주입돼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암세포를 파괴하거나 각종 바이러스를 퇴치한다면 치료하지 못할 질병이 거의 없는 셈이 된다.

또한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생명현상의 여러 작동원리 등을 규명하는 데도 나노과학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나노센서를 이용해 환경오염을 모니터링하거나 치유한다면 장래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올 환경문제의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지원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나노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어 자못 기대가 크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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